<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어 <국가의 역할>까지 국방부 금서? 

 

 

 

'시사인' 제218호(2011년 11월 19일자) 커버스토리의 제목은 '2011년 군 금서 목록 42권 - 영창 간 책들'입니다.

기사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보시려면 여길 클릭하시면 됩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2008년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23권의 책을 '군내 불온서적' 리스트로 만들었던 국방부가 시사인이 확인한 결과 2011년 현재 새로이 19권을 추가해 총 42권으로 늘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2008년에는 '북온서적'이었던 것이 2011년판에는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부적합한 서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들 도서는 북한 찬양,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2008년에 이어 2011년에도 장하준 교수의 <국가의 역할>이 반자분주의 분야에 들어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장하준 교수의 <국가의 역할>은 <국가의 역활>로 잘못 표기되기도 했다는군요.^^

 

시사인이 입수한 문건에 대해 국방부와 공군본부는 그런 공문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2008년 목록은 여전히 유요하지만 이르 추가해 내려보낸 적음 없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시사인'은 시사인이 입수한 공문에는 이들 서적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한다는 지시가 담겨 있다고 반박하고 있군요.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하시겠지요.

 

오늘은 2011년 11월 14일입니다. 1981년 11월 14일이 아니라.

그게 참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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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북스 독자가 묻고 부키 대표가 답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vs <나쁜 사마리아인들>

 

페이스북에는 소셜북스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소셜북스에서는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은 독자를 중심으로 궁금한 것들에 대한 질문을 받는 댓글 놀이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정리해 총 9개의 질문을  부키와 시사인 이종태 기자에게 보내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부키는 지금까지 장하준 교수의 저서를 대부분 출간한 출판사이고 이종태 기자는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정승일 장하준의 대담을 진행하고 원고로 정리한 인연과 국내 누구보다도 '장하준통'(이런 표현이 실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이기 때문이겠지요.

 

질문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미천한 저는 장하준 교수도 대단하지만 장하준의 독자들도 대단하구나, 싶었거든요.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9개의 질문 중 이미 답변을 하고 소셜북스에도 공개된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다소 길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하준의 독자들께는 또 이보다 좋은 텍스트도 드물겠다 싶어서요.

 

소셜북스 공개질의 답변을 직접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자는 부키에서 출간한 장하준 교수 책의 기획을 맡았던 부키 박윤우 대표입니다.

 

 

 

 

질문

1.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지만 대중적으로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차별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가 차별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질문자 김도원)

 

2. (1번 질문과 연관됩니다) 책을 읽는 것은 독자의 자유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어떻게 활용할 지 TIP을 말해준다면?(참고로 소셜북스 Sehee Kim 님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실행편' 또는 '활용편'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질문자 Sehee Kim 님)

 

 

답변 : 1번 질문과 2번 질문을 묶어 답합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사이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지 못하신다니 두 책을 편집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 두 책, 그러니까 저희 출판사에서 부르는 식으로 하자면 <사마리아>와 <23가지>는 우선 제목부터가 전혀 다릅니다. (저기… 이거 질문 자체가 너무 진지해서 한 번 웃고 시작하자고 한 농담이라는 거 아시죠? 행여 ‘짱돌’ 집어 드신 분 없으시죠?)

 

자, 그러면 얼른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사마리아>와 <23가지>의 차이점은 소셜북스의 Sehee Kim 님이 지적하신 그대로 받아들이셔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마리아>는 일종의 원론 내지는 입문서에 해당하고, <23가지>는 그 활용편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거죠. 

 

그렇지만 <사마리아> 하나만 읽으면 장하준 교수님 생각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된다고는 섣불리 예단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는 <사다리 걷어차기> 이래 <23가지>까지 장 교수님 책만 7권을 – 그러니까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 장하준 교수님 책을 전부 - 편집했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낼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시각에 눈 뜨게 되던 경험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 한계를 '감성'적으로 즉각적으로 느끼게 해주다!

 

 

예컨대 <사마리아>에서는 흔히 개방화, 민영화, 자율화로 통칭되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감성’에 입각해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 <사다리>에서 부자 나라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를 철저하게 실증적으로 배운 바 있습니다. 또 <국가의 역할>에서는 개방화, 민영화, 자율화가 이론적 측면에서 근거가 부실하다는 것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논리가 얼마나 강자의 논리인지를, 어느 정도로 승자의 논리인지를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뼈저리게 공감하게 된 것은 <사마리아>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디어의 차용은 나쁜 짓입니다. 적어도 우리는 경제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 혹은 여러 가지 형태로 제공되는 경제학적 설명을 통해서 - 세뇌 당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 아이디어를 이용할 비용이 없어 – 아주 극단적으로 책조차 사볼 돈이 없어 – 가난과 질병에 허덕여야 합니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행위로 용인되어야 할까요? 아이디어라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지식의 산물인데, 과연 지식이 이렇게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간주되어도 괜찮은 걸까요? 한 사회의 지식이 보존되고 축적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자본이 투입되는데, 그 사회적 자본에 대한 대가는 전혀 무시되는 것이 타당한 걸까요?

 

 

<23가지> 자신있게 신자유주의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게 하다!

 

 

제가 신자유주의 노선을 거부하게 된 것도 결국 <사마리아>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대처를 대놓고 비웃을 정도로 자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저 혼자서 신자유주의를 왕따시켰을 뿐이죠. 그러다 <23가지>를 읽고는 자신 있게 ‘신자유주의로는 안된다’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시장 정책 면에서, 기업 정책 면에서, 재정 정책 면에서, 소득 정책 면에서, 복지 정책 면에서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문제점들이 <23가지>에서 너무도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예, 저는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경제 발전기의 엄청난 물가 상승에 질린 사람입니다. 때문에 일본의 안정된 물가를 내심 선진국의 증거로 해석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장 교수님께서 <23가지> 어디선가 한 말씀 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서운 건 직장을 잃고, 집을 차압당하는 것이지 물가 상승률이 3%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가 아니라는 요지로요. 그 순간 저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말로 괴로운 것은 소득이 사라지는 것이지,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태가 아닌 이상 말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언제부터인가 물가 상승을 더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냥저냥 먹고살 뿐 개인 자산이라고는 별 것도 없는 주제에 말입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사람마다 답이 다르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에 신자유주의 일색의 경제학 지식이 덧씌워지면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 추측 됩니다. 뭐, 간단히 말해 제가 싫어하는 상황을 옳지 않다고 설명하는데 혹해서 경제학에 – 그러니까 신자유주의에 - 매몰되어 있었던 거죠. 좀 아는 척 해가면서요.

 

 

<사마리아>와 <23가지>, 동전의 양면 : 함께 있어야 더욱 힘있다!

 

 

두 책 <사마리아>와 <23가지>의 차이점이 드러났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는 <사마리아>와 <23가지>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근본 논리를 무너뜨리고, 다른 하나는 현실 속에서 그것이 어떻게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설명하는데, 이 두 책이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제 경우에서 보듯, 효과가 반감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적절한지 모르겠군요. 편집자로서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질문

3.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283p 중간쯤에 "그러나 나는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결과의 균등을 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공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또 하나의 '역차별'을 만들게 되지는 않을까요? (이호진 님, 소셜북스 약간 가필)

 

 

답변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잘못 이야기를 풀다간 이야기가 경제학이 아니라 철학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을 정도로요. 

논리적으로는 역차별이 생기게 되겠죠. 하지만 그 역차별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그 역차별이 생기게 된 원래의 차별 자체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은 채, 차별에 따른 역차별 문제만을 거론하는 것은 자칫 원인은 무시하고 결과만 놓고 이야기하는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장하준 교수님 말씀은 진정으로 공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결과의 균등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가난해서 공부 못하는 아이, 본인이 취업할 당시에는 전망이 좋은 일자리였으나 산업구조 조정으로 실업자가 된 노동자의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교수님께서는 어느 정도 결과의 균등을 도모하는 편이 경제적으로도 낫다고 봅니다. 사회 안전망 확충으로 사람들이 보다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되면 보다 진취적이 되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거꾸로 생각합니다. 사회 안전망이 확충되면 사람들이 게을러져 결국 경제 성장에 해가 된다는 거죠. 

 

어느 게 맞을까요? 장 교수님의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의 경제 실적을 들어 복지 혜택의 확대를 요구하십니다. 반면 신자유주의자들은 미국의 역동성을 반론의 근거로 삼는데, 그게 좀 그렇습니다. 미국의 역동성이라는 게 <23가지>에 나오듯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도 미국을 반론의 근거로 삼는 건 나은 편입니다. 국내의 신자유주의자 중에서는 스웨덴의 경제 실적마저 왜곡해서 내놓더군요. 복지국가 신화를 사라졌다면서요

 

가끔 생각하는데, 모든 경제 데이터에는 출처를 표기하지 않으면 보도할 수 없게끔, 그리고 경제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왜곡했을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게끔 하면 서로 간에 결론을 끌어내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가끔 경제학자도 아닌 편집자조차도 반박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을 천연덕스럽게 내놓곤 하는 게 너무 서글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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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올해의 名家상' 장재식·장하진 가문 수상

 

 

‘세계 부부의 날 위원회’에서 주관한 <제1회 올해의 名家상>을 장하준 교수님 댁에서 수상했습니다. 장재식 전 산자부 장관은 장하준 교수님의 아버지시고,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은 사촌누나입니다. 장하준 교수님의 포니정상 수상에 이어 참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조선일보는 "장재식 전 산자부 장관은 독립운동가 장병준 상해임시정부 국무위원의 후손이다. 장 전 장관의 두 아들 장하준·장하석씨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다.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은 장재식 전 장관의 조카다. 그리고 장하진 전 장관의 동생은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인 장하성씨다. 이날 시상식에는 위원회 고문인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최영희 민주당 국회의원,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또 손학규 민주당 대표최고위원도 참석해 시상에 참여했다. "고 전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명가상 수상식장의 사진과 조선일보 기사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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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저서, 영국과 미국 아마존에서도 꾸준한 반응!

 

《아마존》알고 계신가요? 우리나라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외국의 웹서점입니다.

우리가 베스트셀러를 집계할 때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등의 판매를 참고하는 것처럼 외국의 베스트셀러는《아마존》에서 집계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장하준 교수의 저작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영국, 미국의 《아마존》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원서: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는 미국 아마존 경제학-자유기업 분야 2위에 있습니다. 현재 장하준 교수님은 미국판 발행을 기념한 저자와의 대화, 강연회와 토론회등으로 미국에서 10여일을 머물고 계셔요. 지금 미국에 계신다면 미국 내 언론과 강연회를 찾아보세요!

 

이해를 돕기 위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영국, 한국, 미국 출간일!

2010년 9월 1일 영국판 출간

2010년 11월 4일 한국어판 출간

2011년 1월 4일 미국판 출간

 

장하준 저서 전세계 22개국 출간

 

장하준 책 수상 내역 한눈에 보기!

 

 

《아마존》순위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미국판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경제학-자유기업 2위

 

영국판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경제학-경제 시스템 2위

 

 

우리 표지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원서: 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은

출간 4년 된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판 『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정치학-세계화 17위

회계와 재무-국제 17위

 

 영국판 『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경제학-경제시스템 3위

경제학-국제경제-개발 3위

 

 

 

우리 표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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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이 제시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과 진보의 경제학'

<국가의 역할>

정가 : 16,000원

출간일 : 2006년 11월 18일

페이지 : 496쪽

저자 : 장하준

 

『국가의 역할』에서 저자는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떤 정책이 가능하고, 그것이 경제에서 어떤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가진 자의, 가진 자에 의한, 가진 자를 위한’ 경제학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경제학을 제창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듯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국가로 하여금 사회적인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합의를 이루어내고 제도화함으로써 우리의 의지가 반영되도록 할 것인지, 다시 말해 국가의 역할을 과거 자유방임 시대의 야경국가로 상정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의 발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개입국가로 상정할 것인지의 여부를 이제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동시에 20세기 현대 경제 이론사이자 논쟁사로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산업정책의 가능성과 효과에 대해, 민영화의 근거와 타당성에 대해, 규제의 한계와 필요성에 대해, 지적재산권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외국인 직접투자의 효용과 한계에 해대, 경기 변동의 과정과 조절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대결한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과연 자연발생적인 것인지, 시장 가격이 객관적인 것인지, 산업정책의 추진에 필요한 선결 요건이 존재하는지, 정보의 비대칭성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등을 이론적으로 확인하고,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저자소개>

장하준

한국의 대표적인 비주류 경제학자이다.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 이론인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을 구체화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한국경제와 세계 경제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3년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에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2004) 『개혁의 덫』(2004)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를 비롯하여, 『The Political Economy of Industrial Policy』(1994, Macmillan Press), 『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2003, Zed Press) 『개혁의 덫』(2004), 『나쁜 사마리아인』(2007),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2007) 등이 있다.

 

작가 한마디

결국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첫 번째 세계화의 역사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의 정통적 견해에 부합되도록 다시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이 취했던 보호무역주의의 역사는 지극히 과소평가되고 있고,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고도의 전지구적인 통합이 제국주의적 근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 식이다.

 

<목차>

서장 :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찾아서

1부 : (국가 개입의 이론적·역사적 배경) 국가의 개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

1장 : 국가의 경제 개입을 둘러싼 논쟁사
1 자본주의 황금시대와 국가의 부상
2 황금시대의 몰락과 신자유주의의 역습
3 반개입주의의 진원, 신자유주의 비판
4 보다 업그레이드된 국가 개입론을 향하여
2장 : 구조 조정 시대의 국가의 역할
1 후생경제학, 신자유주의, 제도주의의 개입론
2 기업가로서의 국가의 역할
3 갈등 조정자로서의 국가의 역할
4 ‘산업 정책 국가’ 대 ‘사회적 조합주의 국가’
5 국가는 이제 무엇을 하는가?
3장 :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1 신자유주의의 내적 모순
2 신자유주의 비판
3 제도주의 정치경제학을 향하여

2부 : (대외 경제 정책 이슈 점검) 발전과 진보를 위한 경제학을 향하여

4장 : 초국적기업의 등장과 산업 정책
1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에 대한 신화와 진실
2 초국적기업의 유치는 곧 경제 발전인가?
3 초국적기업 때문에 산업 정책이 불가능한가?
4 아직 확보 가능한 개발도상국의 정책 선택권
5 전략적 산업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5장 : 경제 발전에서 지적재산권의 역할
1 경제 발전과 기술이전, 지적재산권의 관계사
2 지적재산권은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가?
3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과 국가 발전
4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의 대안을 찾아서
6장 : 선별적 산업 정책은 지금도 유효한가?
1 제도적 선결 요건론에 담긴 허구
2 제도적 선결 요건론의 실증적 검증
3 국제 환경의 변화와 선별적 산업 정책
4 선별적 산업 정책은 여전히 가능하다!

3부 : (국내 경제 정책 이슈 점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반경제성 비판

7장 : 산업 정책의 정치경제학
1 산업 정책을 둘러싼 논쟁들
2 정태적 차원에서의 산업 정책 논리
3 동태적 차원에서의 산업 정책의 논리
4 반산업 정책론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5 문제는 타당성이 아니라 실행 방법이다!
8장 : 규제의 경제학과 정치학
1 정부 규제의 역사적 변천 과정
2 탈규제 논쟁에서 간과된 것은 무엇인가?
3.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에 너무 이르다
9장 : 개발도상국에서 공기업의 효율성
1 ‘비효율적’인 공기업이라는 허구
2 공기업을 둘러싼 찬반 양론
3 공기업과 사기업의 효율성 비교
4 실증적 증거를 통한 저개발국의 공기업 평가
5 공기업의 실적을 향상시킬 방법은 있는가?
6 공기업은 단순히 경제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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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자들이여,

그대들 아니어도 한국 경제의 부활은 가능하다!

 

<쾌도난마 한국경제>

 

지은이∙장하준․정승일

엮은이∙이종태

 

펴낸곳∙도서출판 부키

펴낸날∙2005년 7월 18일

 

판형∙신국판

쪽수∙240쪽

값∙9,800원

 

2003년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서 명성을 얻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 장하준에게 끊임없이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바로 ‘정체가 뭐냐?’는 것이다.

장하준 본인도 이 질문에 대해 곤혹스럽게 생각한다. 단순히 자신의 주장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만 골라 ‘보수’다, ‘극좌’다 하는 딱지를 붙여 비판한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서문을 대신해서’에 쓴 바와 같이 “많은 부분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이 한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서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를 적대시하는 경우도 많았는가 하면, 사실은 견해가 전혀 다른 분들임에도 자신들의 생각과 겹치는 일부만을 들면서 ‘우리 편’이라고 반가워하는” 황당한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장하준은 이미 그에 대한 대답을 다른 학술 서적과 논문을 통해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학술 서적과 논문의 성격상 ‘당연히’ 일반 독자들이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 설사 읽는다 하여도 그 논의 구조나 서술 방식이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물론 장하준의 경우 일반 독자를 겨냥하여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글을 발표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경우 지면상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큰 그림의 제시가 어려웠다. 아니, 큰 그림의 제시는 고사하고 한두 가지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거나, 내용을 단순화해야 하는 경우마저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그 결과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기는커녕 자칫 글을 쓰기 전보다 더 오해를 사는 경우마저도 적지 않았다.

월간 『말』의 이종태 편집장이 장하준 교수에게 좌담 형식으로 본인에게 쏟아지는 질문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답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 것은 바로 그런 상황에서였다. 그로서는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얼마 후면 다시 케임브리지로 돌아가야 하는 형편인데, 그 전에 자신의 생각을 속 시원하게 펼쳐놓을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장하준 말마따나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인 바였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 좌담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때문에 당초 우려도 적지 않았다. 좌담의 성격상 이야기가 자칫 피상적으로 흐른다거나, 팩트에 입각한 논리 전개가 아닌 주장의 나열이 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아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나 다름없었다. 장하준은 물론 함께 좌담에 참석한 정승일 박사까지도 속내를 털어놓았다. 박정희의 개발 독재에 대한 평가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노동자․농민의 희생 위에 건설된 것인 만큼 누가 해도 이만한 발전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나 노동 운동권의 ‘주적은 재벌’이라는 전략의 타당성과 같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너무나 거리낌 없이 말해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좌담의 주제 또한 제한이 없었다. 재벌 체제의 불가피성이 거론되고, ‘재벌 개혁=경제 민주화’라는 도식의 위험성이 부각되는가 하면, ‘분배를 통한 성장’만이 정의냐는, 다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제까지 거론되었다. 또 노동과 자본이 서로 자기 발등을 찍고 있는 현실 분석이 제시되는가 하면, 시장주의를 용인하는 좌파란 세상에 없다는 한탄이 흘러나오고, 시장은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라는 작금의 상식(?)에 위배되는 단언마저 거론되었다.

그리고는 급기야 우리 경제의 문제는 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있다는, 도발적 결론이 제기되었다. ‘자유 민주주의’라는 애매모호한 단어 때문에 자유주의가 마치 민주주의인 것처럼 사람들을 혼동시켰고, 그 결과 자유주의에 기반한 시장주의마저 민주주의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면서 오늘날의 위기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장하준의 분노한다. 그에 따르면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들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장하준은 개혁 세력에 대해 질타를 가하는 셈이다. 그런 장하준의 복잡한 심정을 함께 좌담에 참석한 정승일은 ‘이 책을 마치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요즘 MBC에서 방영되는 ‘제5공화국’에 묘사되는 피비린내 나는 탄압과 죽음의 공포가 동반한 실존 철학적 고뇌 속에서 간절히 민주주의를 염원했던 이들의 한 사람이 이제 와서 그 일부라고는 하지만 박정희 체제를, 그것도 경제발전 방식을 칭찬한다는 것은 변절이거나 아니면 지독한 아이러니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해하게 되리라고 믿는 것처럼, 나와 장하준 박사는 결코 양심 배반의 죄를 범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문제는 양심이 아니라 인식이다. 역사와 사회, 경제와 정치에 대한 냉혹한 인식과 지각이 오히려 중요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문제는 변절이 아니라 아이러니, 그것도 지독한 논리적․역사적 아이러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와 함께 두 사람은 자신들이 다시는 오해 받는 일이 없도록 자신들의 성향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한다.

 

장하준 박사와 나의 주장은 명확하다. 박정희 체제가 경제 발전에 성공한 이유는 독재(즉 반민주주의)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비(非)자유주의적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긍정하는 점은 그 비자유주의적 측면이지, 반(反)민주주의적 측면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비판 역시 경제, 사회, 노동, 복지 등의 개혁 정책에서 나타나는 그 자유주의적 측면일 뿐 정치, 외교, 국방, 사법 분야에서의 개혁 정책에 나타나는 그 민주주의적 측면이 결코 아니다.

 

이 책에서 장하준은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놓았다. 자신의 정체를 묻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또 신자유주의자들이 공병호의 『10년 후 한국』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개혁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으로는 노동 시장의 기능적 유연화를 통한 경쟁력 업그레이드, 적극적으로는 자본과 노동의 대타협의 모색과 같은 비(非)자유주의적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한국 경제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지은이 소개

 

장하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3년 신고전파 경제학의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2002, Anthem Press)를 비롯하여 『The Political Economy of Industrial Policy』(1994, Macmillan Press) 『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2003, Zed Press) 『개혁의 덫』(2004) 등이 있다.

 

정승일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다녔으며 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1991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훔볼트 대학 사회과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그리고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정치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베를린사회과학연구소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금융경제연구소에 근무했으며 시민 단체인 대안연대회의에서 활동했다. 현재 국민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이다. 저서로는 『Crisis and Restructuring in East Asia』(2004, Palgrave/Macmillan)가 있다.

 

이종태는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대구 『매일신문』에 입사, 경제부와 사회부를 거쳤으며 2001년엔 ‘한국전 직후 민간인 학살’ 관련 기사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2000년 3월 진보적 시사 종합지인 월간 『말』로 직장을 옮겨 2002년 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편집장을 지냈다.

 

 

차례

 

서문을 대신해서…장하준 4

 

1부 우리의 과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11

 

1장 개혁 강화는 종속 심화라는 아이러니 13

저성장·저투자·고용 불안은 필연적 16 | ‘재벌의 항상적 과잉 투자’는 허구적 개념 19 |외환 위기의 원인은 금융 개방에 있다! 24 | ‘주주 자본주의 = 경제 민주화’의 이면 28 | 개혁 강화가 종속 심화라는 아이러니 32 | ‘개혁론’에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 38

 

2장 박정희의 개발 독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 45

박정희 개발 독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 47 | 우리의 경제 발전은 당연한 결과였다? 52 | 사유재산제마저 무시한 박정희 개발 독재 56 | 산업 정책·개발 계획의 본질은 자본 통제! 61 | 개방·자유화가 곧 경제 발전인가? 64 | 노동자·농민 수탈을 피할 방법은 없었나? 68

 

3장 재벌 문제, 과연 해답은 없는가? 73

재벌 체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나? 75 | 재벌 평가, 케이스가 아닌 평균 타율로! 78 | ‘재벌 개혁’이 ‘경제 민주화’인가? 82 | 경제 민주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85

 

4장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시장 개혁인가? 91

‘내실 있는 성장’이라는 개혁론의 허구 96 | ‘혁신 주도형’ 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100 | 자주적·자립적 경제 발전이 가능한가? 105 | 신고전학파와 종속 이론의 희한한 동거 108 | ‘분배를 통한 성장’만이 정의로운가? 112 | 시장주의를 용인하는 좌파는 없다! 116

 

2부 우리는 후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121

 

1장 주주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본질 123

부채비율 하락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126 | 기업 자금 수탈 창구가 된 주식 시장 129 |기업 대출 외면은 정부가 유도했다! 134 | 주택 담보 대출에 열중하는 해외 금융 자본 137

 

2장 서로 자기 발등을 찍고 있는 자본과 노동 143

중국이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 145 | 영국의 망국병은 노조가 아니었다! 149 | 의대 집중 현상을 누가 탓할 수 있는가? 152 |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일본식 종신 고용제 155 | 외국 자본이 스웨덴에 몰려드는 이유는? 157 | 보수 언론이 지어낸 대처리즘이라는 허구 163 | 황폐화된 영국 제조업의 상징, 맨체스터 168 | 노동 운동의 주적은 세계화된 금융 자본 172 | 자기 발등을 찍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 운동 176 | 재벌도 노동도 국민 경제를 보지 않는다! 180

 

3장 국가와 국가주의, 관치에 대한 오해와 편견 185

관치 금융과 ‘국가의 역할’ 사이의 혼동 186 | 피해자만 양산해 낸 미국 ‘자유 은행 학파’ 191 | 한국에는 아직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194 | 시장은 결코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다! 197 | 자유주의와의 투쟁 속에 성장한 민주주의 200 | 자유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성립 불가능하다! 203

 

4장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그리며… 209

미국은 결코 우리의 모범이 될 수 없다! 212 | 사회적 책임은 국가, 자본, 노동 모두에게 216 | 정부와 시민 단체의 모순적인 이중 잣대 220 |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스웨덴의 대타협 222 |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그리며… 226

 

이 책을 마치며…정승일 230

 

 

본문 맛보기

 

서문에 대신해서

 

이 책에서 본인과 정승일 박사가 펼치는 견해는, 기존의 한국 경제 정책에 대한 논쟁 구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우리가 그 나쁜 재벌 체제에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보수’적인 사람들인데, 또 난데없이 노조 편을 드는 이야기도 하는 것을 보면 조금은 ‘진보’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정부 개입을 적극 옹호하는 것을 보면 박정희를 찬양하는 ‘수구’임에 틀림없는데, 또 자본 시장 자유화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것을 보면 ‘극좌 민족주의자’가 아닌가 싶기도 한, 뭐라 딱히 규정하기 힘든 입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본의 아니게도 여러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왔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우리 논의 중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부분만 골라 ‘보수’다 ‘극좌’다 하는 딱지를 붙여 비판하는 분들도 적지 않게 겪었다. 심지어는 많은 부분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분들이 한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서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를 적대시하는 경우도 많았는가 하면, 사실은 견해가 전혀 다른 분들임에도 우리 주장 중 자신들의 생각과 겹치는 일부만을 들면서 ‘우리 편’이라고 반가워하는 경우마저도 있었다.

이런 그간의 정황을 우리 자신들이 충분히 숙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처지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의 입장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학술 서적과 논문은 각기 여러 편에 걸쳐 썼지만, 그 글들의 성격상 당연히 일반 독자들이 접할 기회도 별로 없었고, 설사 읽게 된다 하여도 그 논의 구조나 서술 방식이 일반 독자들이 다가가기에는 쉽지 않았던 탓이다.

물론 일반 독자를 겨냥하고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글을 발표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지면상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큰 그림의 제시가 어려웠다. 아니, 큰 그림의 제시는커녕 한두 가지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거나, 내용을 단순화해야 하는 경우마저 비일비재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주장의 ‘복잡성’이 충분히 전달될 리가 없었고, 심한 경우에는 도리어 그 글을 쓰기 전보다 더 오해를 사는 경우마저도 없지 않았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당연한 해결책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고 즐길 만한 방식으로 우리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는 책을 쓰는 것이겠다. 하지만 ‘본업’인 연구에 쫓기다 보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을 쓰는 것이 학술 서적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기에 선뜻 그런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지 못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차에 2004년 초여름, 당시 『말』 지 편집장이던 이종태 기자가 획기적인 제안을 하였다. 자신이 사회를 맡아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좌담 형식으로 해서 우리 사회와 경제의 현안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자세히 설명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이야기가 너무 학술적으로 흐를 경우 사회자가 방향을 바꿀 수 있고,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용어나 개념이 나오면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취지에서였다.

우리의 ‘복잡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항상 어려움을 느끼던 본인과 정승일 박사의 처지에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제안이었다. 그리고 그에 더하여 둘이 혹은 셋이 (본인은 부인하지만 이종태 기자의 경제학 실력도 보통이 아니다.)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서로 부족한 점도 보충할 수 있고 자극도 되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인 바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04년 뜨거운 여름 몇 달 동안 셋이 만나, 때로는 매우 체계적으로 때로는 두서없이 나눈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들의 좌담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풍부하게, 그리고 더 재미있게 진행되었고, 이 좌담을 시작하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였던 이야기들도 종종 나왔으며, 전에는 잘 정리가 안 되어 있던 생각들이 좌담 과정을 통해 정제가 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이종태 씨의 놀라운 편집 솜씨와 각주들을 통해 보여 준 경제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었더라면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중 많은 부분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전락했을 것이다.

이 책이 왜 본인이나 정승일 박사 같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오해를 사고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한국 경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 대해 ‘복잡한’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 그리고 원컨데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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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리 걷어차기>

 

지은이 : 장하준

가격 : 12,000원

출간일 : 2004년 05월 10일

 

 

<책소개>

 

선진국들의 성장 신화 속에 숨겨진 은밀한 역사. 이 책에서 저자는 선진국들이 현재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들에게 강요하는 정책과 제도가 과거 자신들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채택했던 정책이나 제도와는 얼마나 거리가 먼 것인지, 따라서 후진국들에 대한 그들의 '설교'가 얼마나 위선적인 경우가 많은지를 보여준다.

 

 

<저자소개>

 

張夏準 한국의 대표적인 비주류 경제학자이다.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 이론인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을 구체화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한국경제와 세계 경제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3년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에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2004) 『개혁의 덫』(2004)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를 비롯하여, 『The Political Economy of Industrial Policy』(1994, Macmillan Press), 『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2003, Zed Press) 『개혁의 덫』(2004), 『나쁜 사마리아인』(2007),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2007) 등이 있다.

『사다리 걷어차
...한국의 대표적인 비주류 경제학자이다. 경제사와 사회정치학적 요소들을 경제 상황의 진화에 있어 주된 요인으로 보는 경제학 이론인 '제도주의적 정치경제학'을 구체화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한국경제와 세계 경제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3년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에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2004) 『개혁의 덫』(2004) 『쾌도난마 한국경제』(2005)를 비롯하여, 『The Political Economy of Industrial Policy』(1994, Macmillan Press), 『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2003, Zed Press) 『개혁의 덫』(2004), 『나쁜 사마리아인』(2007),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2007) 등이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2002, Anthem Press)는 선진국들의 성장 신화 속에 숨겨진 은밀한 역사를 다룬 책이다. 선진국들이 현재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들에게 강요하는 정책과 제도가 과거 자신들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채택했던 정책이나 제도와는 얼마나 거리가 먼 것인지, 따라서 후진국들에 대한 그들의 '설교'가 얼마나 위선적인 경우가 많은지를 보여준다.

2008년 예스24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한 『나쁜 사마리아인』을 통해 그는 통제되지 않는 국제 거래(자유 시장 경제)는 경제를 개발하는데 있어 거의 성공하지 못했고, 보호주의 정책들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개발도상국의 GDP는 규제를 풀라는 압력이 있기 이전에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증거를 바탕으로 사유화와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려는 자유 시장 경제의 실패를 보여주었다. 이 책은 국방부에서 불온도서로 선정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가 한마디>

결국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첫 번째 세계화의 역사는 현대의 신자유주의의 정통적 견해에 부합되도록 다시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이 취했던 보호무역주의의 역사는 지극히 과소평가되고 있고,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고도의 전지구적인 통합이 제국주의적 근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 식이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8

영어판 서문 15

| 서장 | 선진국들은 실제로 어떻게 부유하게 되었는가? 19

1. 사라진 경제 발전의 역사 22
2. 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 관하여 31
3. 이 책의 독자들께 드리는 경고 35

제1부 경제 정책과 경제 발전 - 역사적 관점에서의 ITT 정책 37

| 01 | 개발도상국 시절 선진국들의 따라잡기 전략 47
1. 영국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48
2. 미국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56
3. 독일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69
4. 프랑스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74
5. 스웨덴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79
6. 그 밖의 소규모 유럽 국가들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84
벨기에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84·네덜란드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85·스위스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89
7. 일본과 동아시아NICs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91

| 02 | 선진국의 앞서가기 전략과 신흥 산업국가들의 대응 101
1. 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앞서가기 전략 101
2. 반半독립 국가들에 대한 앞서가기 전략 104
3. 경쟁 국가들에 대한 앞서가기 전략 106

| 03 | 경제 개발 정책에 대한 몇 가지 통념과 실제 115
1. 초창기 경제 개발 정책에 대한 역사적 통념과 사실들 116
따라잡기에는 유치산업 보호와 적극적 ITT 정책이 사용되었다 116·영국은 자유 무역과 자유방임 경제 국가였는가? 118·‘근대 보호주의의 아버지’이자 철옹성, 미국 119·통제 경제 체제의 대표 주자, 프랑스에 관한 진실 120·독일은 과연 유치산업 보호의 발상지였나? 121·스웨덴은 개방형 경제의 대표 주자로 꼽힐 수 있는가? 122·외부 제약으로 제한 당한 근대 일본 정부의 적극주의 123·도둑에서 파수꾼으로 - 경제 발전에 따른 정책의 변화 124
2. 관세만으로는 안 된다 - 유치산업 보호의 다양한 모델 125
3. 현 개발도상국의 경제 정책은 과연 바람직하지 못한가? 127

제2부 제도와 경제 발전 - 역사적 관점에서의 바람직한 관리 체제 133

| 01 | 선진국에 있어서의 제도 발전의 역사 139
1.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 139
2. 관료 제도와 사법권의 역사 148
관료 제도의 역사 148·사법권의 역사 153
3. 재산권 보호 제도의 역사 155
재산권과 경제 발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156·지적 재산권 제도의 역사 158
4. 기업 지배구조 제도의 역사 162
유한 책임 제도의 역사 162·파산법의 역사 165·회계, 재무 보고, 공시 제도의 역사 168·경쟁법의 역사 171
5. 금융 제도의 역사 174
은행과 은행 규제의 역사 174·중앙은행의 역사 177·증권 규제의 역사 181·공공 재정 제도의 역사 185
6. 사회복지 제도와 노동 제도의 역사 189
사회복지 제도의 역사 189·아동 근로 제도의 역사 192·성인 근로 제도의 역사 199

| 02 | 개발도상국들의 제도 발전의 역사 205
1. 선진국의 제도 발전 과정 개요 206
초창기 산업화 시기의 제도 발전의 역사 206·산업화가 본격화된 시기의 제도 발전의 역사 208·1913년 이후의 제도 발전의 역사 210
2. 제도 발전, 그 멀고도 험한 여정 213
3. 현 개발도상국의 제도는 과연 바람직하지 못한가? 218

제3부 선진국의 경제 발전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225

| 01 |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의 재인식 229

| 02 | 경제 발전을 위한 제도의 재인식 237

| 03 | 제기 가능한 반론들에 대하여 247

| 04 |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255

주 260
참고 문헌 292
찾아보기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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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에 사로잡혀 경제 위기를 자초한

개혁론자들의 오만과 편견을 반박한다!

 

 

<개혁 덫>

지은이∙장하준

펴낸날∙2004년 8월 23일 

판형∙신국판

쪽수∙252쪽

값∙9,800

ISBN∙89-85989-71-5 03320

 

 

 

1. ‘개혁’이라는 한국 경제의 덫

뮈르달 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이어 『개혁의 덫』에서 지은이는 왜 오늘의 우리 경제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경제 흐름을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게 할 방법은 없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래서 나오는 결론은? 작금의 경제 위기는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경제라는 변수 외에도 정치라는 변수에, 이데올로기라고 하는 변수까지 한꺼번에 해결해야만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지은이가 이런저런 사실의 적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개혁’이라는 ‘덫’에 걸린 상태라는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정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개혁론자들은 ‘개혁’을 내걸고 집권했다. 따라서 그들은 과거의 부정적 유산, 특히 그들이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절대악(絶對惡)으로 규정해 온 비민주적 정권의 제도 및 정책과 절연할 필요가 있다. 그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대안의 존재 여부인데, 마침 외환 위기 이후 세계화는 필연이라는 인식에 따라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는 과거와는 정반대이다. 시장 중심적 접근 방식은 개발연대의 정부 개입적 접근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그 골치 아픈 재벌 문제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는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다. 투명 경영, 주주 자본주의를 통해 가공 자본의 창출에 의한 1인 소유 및 문어발식 확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혁론자들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무엇인가?

 

2.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우선 투자가 붕괴하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실업난이 이어졌다. 청년 실업이 국가적 고민으로 떠오르고, 구조 조정 과정에서 물러난 중년층 실업자들은 노동 시장에서 일찌감치 퇴출되거나 소자본 자영업을 하다가 파산하는 처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속에서 소비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짜낸 소비 진작 정책은 신용 불량자만 양산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가중시킨 것은 물론 가정 파괴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또 노동 시장을 유연화한다고 비정규직을 늘린 탓에 노동자 간 임금 격차는 커졌다.

반면 주식 시장의 힘이 커지면서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해진 결과 기업들의 배당률은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그 결과 기업들의 이익이 과거와 같이 재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 대체로 상류층에 속하는 - 주주들 몫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절대 빈곤층의 급증이다. 외환 위기 이후 절대 빈곤층은 국민의 5.9%에서 11.5%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과거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평등한 수준에 속하던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가 이제는 OECD 국가 중 멕시코, 미국 다음으로 불평등하게 되었고, 자칫 잘못하면 미국을 제치고 멕시코 등 남미 국가의 대열에 끼게 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이다.

지은이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혁이냐’고 묻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개혁론자들은 진보를 표방했다. 진보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상징한다. 그런데 현재의 개혁은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약육강식의 시장으로 몰아내고 있다. ‘개혁’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과거와의 절연만을 서두른 결과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3. 우리 경제, 그렇게 문제였나?

장하준에 따르면 한국이 현재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과거 경제 성장기에 채택했던 경제 정책을 다시 채택하면 된다. 문제점만 수정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말이다. 그에 대해 쏟아지는 무수한 반론의 요지는 한 가지, 그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쓴 것은 바로 그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은 그게 말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경제학적으로, 경제사적으로 제시한다.

그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지은이가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 하나에 답해야 한다. 과거의 우리 경제가 과연 무엇이 그렇게 잘못되었느냐는 질문이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선진국들의 소득이 2배가 되는데 70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했다. 반면 1960년대부터 1997년 외환 위기 때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6% 가량으로, 40여 년이 지나면 소득이 8배가 되는 엄청난 성장을 구가했다.

물론 이런 성장률 하나만으로 우리의 개발연대를 무조건 미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만 해도 1인당 소득이 가나의 반이 채 안 되고, 아르헨티나의 5분의 1밖에 안 되던 나라, 텅스텐․생선․해조류 등 1차 산품이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나라가 이제 가나의 30배, 아르헨티나의 2배 가량 되는 소득에,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 등의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출국임을 자랑하게 되었다. 뿐인가? 그런 속에서도 소득 분배가 상당 정도 평등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민 전반의 생활이 향상되었다. 지은이는 그와 같은 성과는 제대로 평가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4. 고르디우스의 매듭, 재벌 문제

그렇지만 그때쯤 되면 다른 강력한 반론이 나오게 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나 다름없는 재벌 문제이다. 재벌들의 체질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장하준 역시 아무런 이의가 없다. 다만 ‘재벌 = 공공의 적’이라는 무모한 일반화에 대해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 비판의 요지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과다한 차입 경영, 무분별한 다각화, 피라미드식 출자 등의 ‘부당한’ 수단을 통한 ‘가공 자본’의 창출 등에 기초한 기형적인 기업 구조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은이에 따르면 이런 인식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비율로 따져 볼 때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들보다 더 많은 자금을 주식 시장을 통해 동원했다고 한다. 또 350~400%라는 우리 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병적으로 높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고도 성장기 일본이나 1980년대 유럽과 비교하면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재벌에 대한 비판 하나하나에 대해 실증적으로 근거를 대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다.

이 책 『개혁의 덫』은 끝날 때까지 이런 식의 반박이 거듭되면서 거의 모든 경제 문제를 다룬다. 세계화나 금융 허브, FTA 협정, 서비스업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과 같은 중차대한 경제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방식에서도 장님 코끼리 더듬듯 하는 현장이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일반 상식은 무너지게 된다. 경미한 인플레는 오히려 성장을 촉진한다든가, 정치 논리의 개입이 왜 필요한지, 다국적 기업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면 그렇다.

그 모두가 과거 경제 성장 정책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재도입함으로써 지금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은이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론자들이 자신이 주장하던 개혁과 단절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단절하고자 그렇게 노력해 온 과거의 유산을 상속받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존재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우리 경제는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 있다, 단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라는 변수 외에도 정치라는 변수에, 이데올로기라고 하는 변수까지 한꺼번에 해결해야만 한다고 한 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다.

 

5. 지은이 소개

장하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기 시작한 이래 UN․세계은행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와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각국 정부 그리고 Third World Network(말레이시아)․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미국) 등의 시민단체(NGO)의 자문역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2003년 뮈르달 상 수상작인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2002, Anthem Press)를 비롯하여 『The Political Economy of Industrial Policy』(1994, Macmillan Press) 『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2003, Zed Press) 『Restructuring Korea Inc.』(공저, 2003, RoutledgeCurzon) 『Reclaiming Development - An Alternative Economic Policy Manual』(공저, 2004, Zed Press) 등이 있다.

 

 

이 책의 차례

 

PART 1 경제 개혁이라는 덫

세계화는 ‘필연’이 아니다

시장 경제만으로는 안 된다

미국식 개혁만이 해법일까?

자유방임 정책이 초래한 것은…

사위어 가는 신자유주의의 불길

FTA는 함정인가? 도약대인가?

미국 화폐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국적 없는 자본이 존재하는가?

다국적 기업은 없다!

선진국들이 바뀌어야 한다

여전한 ‘경제적 구타의 악순환’

 

PART 2 경제 개혁론자들의 오만과 편견

정치 논리의 개입은 필요하다

정부 주도 경제는 ‘절대악’인가?

반(反)산업 정책론자들의 오만과 편견

‘조로(早老) 경제’에도 처방은 있다

경미한 인플레는 성장을 촉진한다

탈(脫)산업화가 경제 선진화인가?

민영화만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공적 자금 회수, 과연 서둘 일인가?

한국 기업이 뭐가 그렇게 문제인가?

기업 가치를 따지는 투자자분들께

인터넷 경제의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신경제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세계화는 기술이 아닌 정치의 문제다

 

PART 3 우리 경제가 그렇게 문제인가?

장님 코끼리 더듬듯 하는 선진국 벤치마킹

선진 경제를 향한 보편타당한 공식은 없다

영미식 자본주의는 진정 우월한가?

황금기를 맞았다는 미국 경제의 고민

‘두 얼굴의 미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무역 협상인가?

한미 투자협정에 무슨 이득이 있는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바로 알아라

누구를 위한 재벌 개혁인가?

 

PART 4 아직도 늦은 건 아니다

후진국 콤플렉스, 이젠 벗어나야

파이, ‘키우면서 나누기’

‘스위스식 대타협’을 그리며

제조업 없이는 금융도 없다

주주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주주 자본주의’는 만능인가?

소유 경영도, 전문 경영도 상관없다

국영 기업, ‘매각’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중앙은행도 성장 정책 펴라

제조업 살려야 이공계도 산다

‘빛 좋은 개살구’- 글로벌 스탠더드

 

PART 5 사지선다형 경제학을 넘어서

우리 몸속의 ‘이중 잣대’

머나먼 남아공에서의 교훈

스티글리츠의 당당한 사임

노무현과 룰라에 대한 편견과 오해

“동북아 금융 허브?” 헛고생 마라

좌파도 우파도 아닌 한국파의 괴로움

 

 

본문 맛보기

 

누구를 위한 재벌 개혁인가?

 

현재 많은 사람들은 경제 개혁의 초점을 재벌 개혁에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재벌이라는 구조가 과다한 차입 경영, 무분별한 다각화, 피라미드식 출자 등의 ‘부당한’ 수단을 통한 ‘가공 자본’의 창출 등에 기초한 기형적인 기업 구조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석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재벌 기업들이 금융 기관을 통한 차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주된 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대로 소유권 약화를 꺼린 기업들이 주식 시장을 통한 자금 동원을 기피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자본 축적의 역사가 일천한 관계로 기업 내부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데에도 원인이 있다.

게다가 비율로 따져 볼 때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보다 주식 시장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동원했다. 1970∼1980년대에 걸쳐 우리 기업들이 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자금의 13.4%로 이는 미국(-4.9%), 독일(2.3%), 일본(3.9%), 영국(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인 것이다.

또 고도의 차입 경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사항도 아니다. 흔히들 350∼400%라는 우리 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병적으로 높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본도 고도 성장기에는 500%대의 부채 비율을 기록했다. 또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이 366%였던 1980년대에도 스웨덴(555%), 노르웨이(538%), 핀란드(492%)의 부채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았으며, 프랑스(361%), 이탈리아(307%)도 우리와 유사한 부채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이 시기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이 부채 비율이 낮은 영국(148%)이나 미국 (179%)보다 경제가 훨씬 더 잘 돌아갔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브라질(56%), 멕시코(82%) 등은 미국이나 영국보다도 부채 비율이 월등히 낮았음에도 경제 사정은 더 힘들었다. 부채 비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재벌 개혁을 바라보는 빗나간 시각들

 

다각화의 문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은 ‘전문 기업’이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기업의 다각화는 위험을 분산하여 적극적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기존 계열사로부터의 보조를 통해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돕는 장점이 있다.

한번 가정해 보자. 우리 기업들이 만일 전문화만 추구하였다면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현재 우리나라 주축 산업들이 과연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인지를. 물론 재벌들이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다각화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피라미드형 출자 등을 통한 ‘가공 자본’의 창조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가공 자본’은 내부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차피 자본은 기본적으로 ‘가공적’인 것이다. 정부가 시중 은행의 지불 준비율만 조절해도 자본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할 수 있고, 우리가 그토록 배우고 싶어 하는 ‘선진 금융 기법’의 핵심이 ‘더 효율적인 가공 자본의 창조’인 마당에 자본의 가공성을 공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가공된 자본이 부당한가 아닌가는 가공성 자체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가에 의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금융 개혁, 기업 금융 고갈 불러

 

재벌 개혁과 함께 추진된 금융 개혁이 금융 기관의 안정성과 수익성 제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금융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기업 금융을 전면적으로 회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금융 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대폭 줄어들었다.

1996∼1997년 기간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은행 및 비(非)은행 모두를 포함한 금융 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나 주식 발행,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118조 원의 외부 자금을 조달하였는데, 1998∼2001년에는 이것이 불과 31% 수준인 49.4조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특히 금융 기관 차입 분은 1996∼1997년 연평균 38.3조 원에서 1998∼2001년 연평균 -0.2조 원으로 완전 증발하였다. 결국 대규모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여타 기업들은 거의 외부 자금을 동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설령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라 하더라도 외국인 소유 주식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투자에 점점 더 제한을 받고 있다. 외국인 주식 소유자는 주로 투자신탁이나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들인데, 이들의 경우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배당금이나 주가 차액 등의 이득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장기성 대규모 투자를 싫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투자율이 1990∼1997년의 경우 평균 국민소득의 37%에 달하던 것이 1998∼2002년의 경우 26% 미만으로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당분간 자본 설비와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 같은 투자율의 급격한 감소는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다 최근 SK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자본 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인수·합병이 자유화되면서 재벌들은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 노출된 상태이다.

이런 걱정을 하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감상적인 민족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또 ‘1960년대식 종속 이론의 부활’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실증적 자료에 기초한 이야기인 것이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이제 국적을 초월했다는 초국적 기업들의 경우에도 전략 수립, 연구 개발, 브랜드 관리,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 등 핵심 기능은 아직도 거의 전부가 본국에서 행해지고 있다. 최고 경영진도 대부분 본국인이다. 1998년 독일의 다임러 벤츠(Daimler-Benz) 그룹이 미국의 크라이슬러(Chrysler)를 인수했을 때 처음에는 양 사의 동반자적 결합이라며 이사회에 독일인과 미국인을 동수로 내세웠다. 하지만 합병 후 4년이 지난 지금 이사 14명 중에 미국인은 2명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도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고 외치는 선진국들조차 자기 나라 경제의 대외 방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외국 자본을 규제해 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주주 자본주의 ‘득보다 실이 많다’

 

그러나 현재 재벌 개혁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 궁극적 목표가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라는 점이다.

주주 자본주의는 기업은 주주의 소유물인 만큼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것은 법적인 해석일 뿐이고, 실제로 영미계 나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주주란 직접 금융의 조달자로서 경영진·노동자·채권자·하청업체·지역사회 등 여러 이해당사자(stake-holder) 집단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주주 자본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주식 시장이 정확히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8세기 초 영국의 동인도회사 주식에 대한 투기부터 시작하여 20세기 말 세계를 휩쓴 인터넷 거품까지 지난 300여 년에 걸친 자본주의의 역사는 주식 시장이 기업 가치의 판단에 있어 얼마나 비효율적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더욱이 기업의 실적이 분기별로 평가되는 주식 시장의 속성상 ‘단기주의’(short-termism)의 만연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설비와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한 경영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영국에서 주식 시장의 단기주의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주주 자본주의의 추구는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 좋지 않다. 대부분의 주주들이 기업의 장기적 성공에 따른 이익보다는 단기적 배당이나 주가 차액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따져 나가다 보면 주주 자본주의는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마저도 좋은 것이 아니다. 주주의 단기적 이익만 추구한 결과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제약되면서 주주들 역시 결국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주 이익의 추구가 과연 국민 경제 전체에 득이 되느냐는 점이다. 주주 자본주의는 글자 그대로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체제이다. 따라서 주식 시장이 교과서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주주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주주 자본주의가 강화된 1980년대 이후 영미계 국가에서 대량 해고, 고용의 불안정화, 소득 분배의 악화 등이 급증한 것은 주주의 이익과 다른 사회 성원들의 이익이 불일치할 수 있다는 좋은 증거일 것이다.

게다가 주주 자본주의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주주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이나 미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소득 분배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 면에서도 ‘열등생’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적으로 단연 1위 국가였지만, 그 상대적 지위는 계속 낮아져 왔다. 1990년대 말의 소위 미국 경제의 ‘부활’도 주식 시장의 거품에 힘입은 반짝 경기에 불과했다. 또 주주 자본주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국은 유럽연합 15개국 중 밑에서 5등 안에 드는 2류 국가로 전락하였다.

 

감시 기능 강화를 전제로 재벌 체제 인정

 

그렇다면 현재 추구되고 있는 재벌 개혁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재벌 체제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주의 이익만이 아닌 국민 경제의 이익을 위해 그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억제하는 것이다.

재벌 체제의 장점은 위에서도 말한 대로 경영권의 중앙 집중, 대규모 자금 동원력, 위험 분산 능력 등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 비교적 쉽게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그만큼 위험도 큰 체제이다. 계열 기업 간의 상호 보조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전망 있는 산업을 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채산성이 없는 기업을 계열사 간 보조를 통해 지탱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부실을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자칫 계열사 전체의 연쇄 부실까지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총수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대규모 투자를 과감,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커다란 강점이 있지만, 투자가 실패할 경우에는 치러야 할 대가 또한 매우 크다.

이러한 재벌 체제의 단점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혁 과제인 회계의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제도의 도입, 소액 주주 권한의 강화 등을 통한 외부 감시 기능을 제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업원, 거래 은행, 하청업체 등 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해 당사자들에 의한 내부 감시를 강화하는 일이다. 많은 주주들은 사실상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사정을 잘 모르는 국외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총수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합치할 수 있게 조정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그와 관련 우리나라 재벌들은 지금까지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부의 보조와 보호 아래 성장한 것인 만큼, 재벌 기업들은 총수 가족의 것도 아니지만 주주들만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재벌 총수를 통제한다면 그것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이지, 주주들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곤란한 것이다.

또 재벌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 꼭 기존 총수 가족의 지배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일본의 경우에서와 같이 가족 소유가 없이도 주거래 은행 제도, 관련사 간 상호 주식 소유 등을 통해 재벌 체제의 장점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정 지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수 가족에 의한 통제를 단시간 내에 없애려 하면 재벌 구조 자체가 붕괴되고 국민 경제가 외국 자본에 의해 교란당할 수 있다. 때문에 재벌들은 역사적으로 국민들에 대해 자신들이 진 빚을 인정하고 사회적 감시와 통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며, 국민들은 이러한 전제 아래 재벌들이 안정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도와주는 정치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재벌들의 안정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을 완화하고, 지주 회사 설립 요건을 완화해 주는 동시에, 은행의 기업 주식 소유를 용인하며, 재벌들 사이의 상호 출자를 시도하고, 국민연기금의 사용으로 ‘국민 지분’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재벌들은 그 대가로 주주 자본주의 이론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사회적 간섭을 피하려는 구태를 버리고 사회적 통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 정책을 통한 재벌의 사회적 통제

 

민주 사회에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정부의 산업 정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재벌들이 큰 규모의 투자 결정을 할 때는 정부가 국민 경제적 입장에서 이를 감시·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부채 비율 규제 등 주주 입장에 입각한 금융적 총량 규제가 아닌, 성장·고용·수출 등 국민 경제적 파급 효과를 다각적으로 고려한 산업 정책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산업 정책의 부활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다. 과거에는 경제가 단순하여 정부의 개입이 쉬웠지만 경제가 복잡해진 상태에서 정부 개입은 시장의 효율을 저해한다는 것이 한 이유이고, 국가 개입은 필연적으로 권력 남용과 정경 유착 등의 문제를 낳게 된다는 것이 또 한 이유이다.

경제가 발전되어 민간 부문의 분석력과 집행력이 증대되면서 과거식의 직접적 개입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30∼40년씩 뒤떨어져 있는 중진국으로, 아직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단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영국,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도 과거 자신들이 최고 위치에 오르기 전까지는 거의 모두 정부의 보호와 보조 속에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가 복잡해진다고 정부 개입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민간 기업은 그 속성상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므로 정부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정책적 개입을 할 필요성은 경제 발전 단계에 상관없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개입의 형태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개입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들도 주요 기업 지분의 일부 소유, 첨단 산업에 대한 연구비 보조, 지역 개발 기금을 통한 특정 산업의 간접 지원, 약소국에 대한 통상 압력의 행사,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에 대한 비공식적인 압력을 통한 고용 창출이나 하청 산업 육성 등 여러 방법으로 개입을 지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개입이 꼭 권력 남용이나 정경 유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지적되어야 한다. 프랑스·노르웨이·핀란드·오스트리아 등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부패도 적은 선진국들이 지난 50여 년간 은행의 국가 소유, 선별적 산업 정책, 주요 산업의 국유화, 외국인 투자의 엄격한 제한 등 소위 ‘한국식’ 개입주의적 정책을 추구해서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어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개혁의 방향, 특히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대로 재벌 개혁을 하다가는 국민 경제의 장기적 기반이 파괴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Posted by bookie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