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진 한 장 보시죠.

 

 

 

 

 

한겨레21 표지 이야기 "장하준 넌 누구냐"

이번주 한겨레21의 표지는 '장하준' 교수입니다.

'장하준 넌 누구냐'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붙였네요.

한겨레21 정기구독자들은 아직 받지 못하셨을 겁니다.(부키 또한 한겨레21을 구독하고 있습니다만, 가판대에서 사왔답니다.)

 

 

한겨레21 곽정수 기자는

"가장 잘 팔리는  가장 논쟁적인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라는  제목으로 장하준 교수와 그의 신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주제는 '좌우에서 공격받는 그를 해부하다' 정도이겠네요.

장하준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 또한 별도로 실었습니다.

또 이정우 경북대  교수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 서평과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장의 장하준 교수 비판도 함께 실었습니다.

장하준을 주제로 한 표지 이야기가 무려 12페이지.

시사인 특집 _ 한국 경제 '대인 모델' 논쟁

이번주 시사인에도 장하준 교수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집중적으로 등장합니다.

한국 경제 '대안 모델' 논쟁이라는 특집을 통해서입니다.

한국 경제의 대안적 모델에 대한 두 개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는 기획 아래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의 글(장하준 교수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와 김상조 교수의 [종횡무진 한국경제] 비교 서평)과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 인터뷰,[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공저자이기도 한  정승일 박사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관련 기사만 6페이지에 이릅니다.

 

그만큼 장하준 교수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논쟁의 중심에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실까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 도서출판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체험판 이북 무료로 다운로드 받으세요!

아직도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선택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체험판 이북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고 먼저 읽어보세요.

 

이벤트 페이지 그림을 클릭하시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그리스 위기에 대해 ‘이게 다 복지 때문이다’라거나 ‘그리스 시민들이 너무 게을러서 그렇다’는 진단도 있었습니다만, 정말 그럴까요? 장하준 교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통해 이러한 진단에 대해 하나 하나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위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며, 그리스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그리스 위기의 진짜 원인은?

이종태 : 그리스 같은 남유럽 시민들이 너무 게을러서 경제 위기를 자초했다는 말도 있는데, 그건 어떻습니까?

장하준 :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는 그런 말할 자격이 없어요. 그리스는 국민소득이 2009년 기준 2만 8000달러로 당시 2만 달러가 채 되지 않던 우리나라보다 더 높았어요. 이게 뭘 말합니까? 그리스 인들이 우리보다 노동 시간은 더 짧아도 노동 생산성은 그만큼 더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버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존경해야죠. 일을 오래 한다고 반드시 좋은 건 절대 아닙니다. (중략)

제가 저번에 『가디언』에 ‘18세기 이데올로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붕괴한다’는 칼럼을 썼어요. 검약하고 검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스가 망했다는 사고 자체가 18세기 이데올로기입니다. 18세기 유럽인들은 가난하게 사는 것은 검약하지 않은 자의 도덕적 결함 때문이라고 청교도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너무 놀고 낭비했거나 아니면 남을 속이기 좋아해서 가난해진 거라고 믿은 거죠. 이렇게 가난을 윤리 문제로 환원시키다 보니 금융 위기가 벌어져도 그 원인을 윤리적 결함에서 찾아요. 시스템적 위기(systemic crisis)라는 개념은 나올 수가 없는 거죠. (하략)

정승일 : 그리스가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에 비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EU 내에서의 자유 무역 때문이에요. 유럽 경제 통합의 기본 아이디어는 회원국들이 서로 무역 및 서비스 시장을 활짝 열면 EU와 유로존 전체에서 생산성이 골고루 발전해 공존공영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장하준 : 그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요. 한미 FTA 찬성론자들이 그렇게 말하곤 하거든요. 그게 바로 전형적인 자유 무역 이론이고 비교 우위 이론이에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아요. 아무리 법적으로 그리스에서 독일로 이민을 무제한 허용한다 해도 언어 장벽 등 한계가 많아 노동력이 실제로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어려우니까요.

정승일 : 그래서 EU 내에서의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실험이 실패한 증거가 바로 그리스의 위기라는 겁니다. EU 내에서 자유 무역이 이루어지면서 비교 우위의 논리가 작동하자 독일이나 핀란드 같은 수출 제조업 강국들은 더욱 더 수출이 늘어나 무역 흑자도 많아지고 수출 제조업도 강해져요. 반면에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원래 제조업이 약했던 나라는 EU 내의 완전한 시장 개방으로 말미암아 제조업 발전의 길이 막히면서 농업이나 관광업, 해운업 같은 것에 특화되고요. (중략) 불균형이 심하다 보니 그리스 같은 나라들에 매년 국제수지 적자가 누적된 겁니다.

(중략)

게다가 그런 결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모든 잘못은 그리스의 내재적 결함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국제 금융 자본들, 특히 이번 경우 독일과 프랑스의 은행들은 그리스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독일이나 프랑스 은행들이 과연 그리스 정부에, 그리스 복지 시스템에 그와 비슷한 결함이 많다는 걸 전혀 모르고 돈을 빌려 줬을까요?

장하준 : 그럼요. 게다가 정말로 몰랐다면 그게 더 문제죠. 첨단 금융 기법을 자랑하는 선진국 은행들이 채무자의 결함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돈을 빌려 줬단 말입니까? 그건 거의 직무 유기죠.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자기 책임을 모면하려고 기를 쓰는 건 다 자기네 채권은 한 푼도 탕감당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예요. 아르헨티나에 ‘탱고를 추려면 둘이 있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어요. 누가 잘못 빌렸다면 분명 잘못 빌려 준 사람도 있는 겁니다.

이종태 : 그리스 경제가 현재로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군요. 그래서인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거 같습니다.

 파산을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반전

장하준 :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그와 유사하게 행동했던 아르헨티나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죠. 아르헨티나도 20년 전 지금의 그리스처럼 통화 주권이 없었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자국 통화인 페소화와 미국 달러화를 일대일로 연동시키는 동시에 통화 발권량을 달러 보유고에 묶었기 때문이죠. 그 이래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화에 대한 페소화 가치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재정 긴축을 시행합니다.

그렇게 되니 아르헨티나 통화의 화폐 가치가 안정되어 좋기는 한데, 문제는 미국 달러가 고평가되면서 아르헨티나 페소도 같이 고평가되어 수출이 늘지 않고 무역 적자가 쌓였다는 거예요. 결국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 말부터 경제 위기에 빠집니다.

아르헨티나는 처음에 지금의 그리스처럼 긴축 정책을 써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가 결국 경제가 파탄이 나요. 그러자 2002년에 집권한 새 정부가 과감하게 디폴트, 즉 국가 파산을 선언하고 페소화-달러화 연동을 끊어 버립니다. 말하자면 그리스가 유로화에서 탈퇴하는 것에 해당하는 일을 벌인 거죠.

그러고는 현재의 그리스와 달리 복지와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경기 부양을 추진하자 아르헨티나 바깥에서는 난리가 납니다. 안 그래도 기울어 가는 나라, 이젠 완전히 망했다고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비판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집니다. 그 정책을 시행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아르헨티나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무려 7.5퍼센트에 달했는데, 이는 남미에서 1등인 건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높은 수치예요. 이 기간에 경제 성장률이 4퍼센트대이던 우리보다도 훨씬 높고요.

물론 아르헨티나가 수출하는 콩 같은 농산물의 국제 가격이 최근 크게 오른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아르헨티나가 구제 금융 조건을 받아들여 축소 지향적 균형 회복으로 가지 않고 정부 지출을 통한 ‘확대 지향적’ 균형 회복으로 간 덕분이라고 봐야 해요. 그리스도 정 안 되면 아르헨티나처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제가 그리스 언론과 인터뷰했을 때 ‘당신들이 정말로 유로존에 남고 싶다면 탈퇴할 각오도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말하자면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정 안 되면 나도 아르헨티나처럼 탈퇴할 수도 있다며 EU를 압박하며 협상해야지, 지금처럼 제발 EU에 남아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하면 아무런 양보도 얻지 못한다는 거죠. 아무튼 EU는 그리스가 재정 긴축을 하지 않으면 구제 금융을 주지 않겠다는 건데, 이건 소방수가 불 끄러 와서는 집주인에게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으면 물을 뿌리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거나 다를 바 없어요.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본문 중 발췌 재편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 도서출판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우리 사회에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때로 오래 학습한 결과이기도 하고 때로 착각이기도 합니다. 때로 이런 고정관념은 맹신이 되기도 합니다. 장하준 교수는 그간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여러 경제학적 상식이 틀렸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신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는 단순히 잘못된 상식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금과옥조’처럼 자리 잡은 여러 경제학적 미신을 때로는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때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이를 산산히 깨뜨립니다. 일명 장하준의 경제 미신타파,라고 할까요. 이를 일부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장하준의 경제 미신 타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영화 산업은 콘텐츠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영화 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게 아닙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제조업을 무시하는 정책으로는 영화 산업도 키울 수 없다는 거예요. 미국 할리우드가 단지 천재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몇 명이 모여 앉아 머리 굴려서 만드는 거 같죠?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첨단 기술이 탑재된 장비와 세트, 그리고 배급망의 발달 없이는 영화 산업 역시 성장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이게 모두 제조업에서 나오거든요.

 

금융은 혁신이 아닌 규제 완화로 덩치가 커진 것일 뿐!

미국이나 영국의 금융 산업이 어떤 대단한 지식 혁명이나 정보 혁명을 통해 발전했다는 건 미신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영미의 금융 산업은 우리가 꿈도 못 꾸는 수준의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었다’고 맹목적으로 믿는 분들이 많아요. 심지어 금융은 그 자체로 혁신 산업이란 말도 많이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미국 금융계의 대부로 불리는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지난 50년 동안 일어난 쓸 만한 금융 혁신은 현금자동인출기뿐’이라고 했겠어요.

 

서비스업이 생산성 향상이 빠르다는 생각은 틀렸다!

(많은 분들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이 훨씬 빠르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모두 미신이에요. 생산성 향상이 가장 빠른 부문이 제조업이라는 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 서비스업보다 빠르다는 건 아니에요. 평균적으로 보면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 빠르게 향상된다는 거죠.

 

지식 경제론에는 경제사에 대한 인식이 없다!

지식 경제론에는 경제사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어요.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서구 대학의 경제학과에서는 경제사를 가르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게 나오니까 무턱대고 감동하는 거죠. 또 하나 ‘제3의 길’로 대표되는 1990년대 미국과 영국의 중도좌파 노선에서 지식 경제론과 탈산업화론을 강조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해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구에서도 산업 자본을 싫어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많은데, 이들이 지식 경제라고 이름 붙인 금융 부문이나 첨단 서비스업 부문이 금융 자본주의화의 결과로 1990년대부터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각되면서 마치 천지개벽이나 일어난 양 착각하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제조업 이미 세계 수준이라는 건 착각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게 ‘한국 제조업은 이미 세계 수준’이라는 과신입니다. FTA 찬성론자들은 이미 한국의 제조업 생산성이 선진국의 70~110퍼센트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통계를 제시하곤 하는데,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의 제조업 생산성과 한국의 제조업 생산성을 자세히 비교해 보면 우리는 아직 미국의 50퍼센트 수준이에요.

 

금융으로 잘 먹고 잘 산다는 불가능하다!

금융으로 잘 먹고 잘 산다? 불가능한 말입니다. 예외는 있어요. 모나코 같은 작은 나라라면 조세 피난처 역할을 하면서 금융업만으로 먹고살 수 있겠죠. 그러나 나라 규모가 조금만 더 커도 그렇게는 못 살아요. 예컨대 인구가 50만 명인 룩셈부르크는 금융과 물류로 먹고사는 걸로 알려졌는데, 실은 1인당 제조업 생산량이 세계 10위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16~17위 수준이고요. 광업이나 농업이 주요 산업이라고 알려진 나라들도 왜 저렇게 소득이 높은지 자세히 살펴보면 실은 모두 제조업이 발전했습니다. 광업이나 농업을 잘하려면 기계화가 필요한데, 이것도 제조업이 발전해 있어야 가능해요. 또 일단 광물 매장량이 아무리 많아도 기술력이 낮아 채굴할 수 없다면 광업 강국이 될 수 없습니다. 기술 수준에 따라 매장량의 의미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이렇듯 제조업으로 가능해지는 기술 발전이 없다면 경제 성장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강조하는 겁니다.

 

미국은 산업 정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착각

미국의 가장 중요한 산업 정책은 다른 나라에 ‘미국은 산업 정책 안 한다’고 선전하는 겁니다. 다른 나라가 무장 해제를 하도록 말이죠. 그러나 실제로 미국은 산업 정책의 비중이 큽니다. 실리콘밸리 역시 정부 돈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고요. 미국이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대부분 국방과 관련 있어요. 컴퓨터는 펜타곤, 반도체는 미 해군, 항공기 산업은 미 공군, 인터넷도 미 국방부가 지원한 것이고요.

 

기업지배구조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른다?

미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하는 회사가 GM입니다. 대주주가 없고, 사외이사는 많고, 주주 이익도 엄청나게 챙겨 줬으니까요. 그런데 지난 금융 위기 때 파산해서 사실상 국유화됐죠. 그에 반해 포드는 지배구조가 정말 나쁜 회사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창업자인 헨리 포드의 가족, 즉 총수 가족들이 여전히 이사회에서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가끔은 CEO를 직접 맡기도 해요. 그런데 포드는 살고 GM은 죽었지요. 모범적인 지배구조의 GM이 망한 이유가 뭘까요?

(중략)

KT의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민영화 이전까지만 해도 20~30퍼센트 선이었는데, 지금은 10퍼센트대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당장 돈 안 되고 수익 안 나오는 일은 가급적 안 하겠다는 거죠. 이게 경제 민주화입니까?

(중략)

요즘 KT를 보세요. 주주 배당 많이 하면서 주주들을 끔찍할 정도로 귀하게 대하고 있으니 주주들에게는 책임을 다하는 경영이 맞죠. 그리고 주식 시장에서 공시 잘하고 IR(Investor Relations) 잘하니 투명 경영도 잘하는 겁니다. 문제는 누구를 위한 책임, 누구를 위한 투명성이냐는 거죠. 종업원과 전 국민에게는 무책임하고, 경영진은 주식 투자자들과 결탁하는 이런 회사가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분들이 말하는 ‘우리가 꿈꾸는 나라’라는 건가요?

 

기관 투자자는 선량하다?

기관 투자자들이 특별히 선량한 투자자라고 생각하세요? 그들 역시 다른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주가를 단기간에 올려 큰 수익을 내고자 할 뿐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주식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큰손이고, 주도면밀한 투자 전략까지 구사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압박해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어요. 사실 해외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이 너무 똑똑해서 오히려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관 투자가들이야말로 주주 자본주의의 핵심적 이해관계자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분을 가진만큼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애플 같은 회사에서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전체 주식의 얼마 안 되는 지분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의결권은 그 몇 배를 가졌어요. 그런 일이 가능한 건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미국도 1주당 5표, 10표, 심지어 1000표나 되는 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게 회사법에 허용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죠 .예컨대 애플 같은 혁신적 기업을 창업자가 열심히 키워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상장하자마자 기업 사냥 사모펀드들이 늑대처럼 달려들어 주식을 대량 매입하여 창업자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든다면 어느 창업자가 나스닥에 상장하겠어요?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도 나스닥에 상장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에게는 그런 차등의결권 주식을 용인하는 겁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요즘 주주 자본주의에 따라 차등의결권 주식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나스닥 같은 기술주, 성장주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런 차등의결권 주식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중략)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이런 차등의결권 발행을 용인하지 않으니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재벌 총수들이 경영권을 지켰던 겁니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그걸 출자총액제한 같은 규제로 금지 또는 제한하겠다는 건 결국 소유와 지배의 괴리 해소를 위해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거고, 결국은 기업 사냥 늑대들에게 먹잇감을 던져 주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본문 중에서 발췌 재편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 도서출판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통해 실물 경제를 꼬리로 전락시키고 금융이 몸통 노릇을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의 한계와 문제점을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신자유주의를 더 이상 자본주의의 금과옥조로 받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자본주의'에 대한 그림은, 이러한 문제를 드러낸 신자유주의에 대한 해결책은 저마다 다르며, 심지어 신자유주의를 오히려 더 공고히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신자유주의라는 불판 자체를 갈아 치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불판은 무엇일까요. 그 고민과 문제의식, 대안이 바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담겨 있습니다.

이번엔 장하준 교수의 자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소개해드립니다. 우리 속에 '자유주의를 진보로 착각'하는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자유주의는 결국 시장주의! 진보로 착각하지 마라!

“한국에는 자유주의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나쁘지만 자유주의는 좋은 것이란 식의 인식이 대중적으로 퍼져 있는 거죠. 앞으로 많이 거론하겠지만, 이른바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분들은 자신들이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 그냥 자유주의 혹은 합리적 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진보적 자유주의자, 사회적 자유주의자라는 말도 하더군요. 그러나 우리가 볼 때 그분들의 주장은 대부분 한국의 노동자, 시민이 아니라 국내외 금융 자본을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입니다.” (본문 중에서)

장하준 교수는 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시장주의라고 잘라 말합니다. 장하준 교수는  우리에게 '자유주의를 진보로 착각하지 마라'고 주문합니다. 자유주의에 대한 우리들의 오랜 착각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이 개념에 혼선이 빚어지는 이유는 리버럴(liberal)이라는 미국 지식인 사회와 정계의 어법에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도 자유주의와 진보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장하준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 말이 탄생한 유럽에서는 18~19세기 지주나 봉건 귀족 같은 특권 계급에 대항해 시장주의 질서를 형성하고자 했던 흐름을 리버럴이라 하고 이런 리버럴이 만든 시장 질서마저 바꾸자고 주장하는 세력을 진보라고 명확히 통칭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함께 만들어진 고전적 자유주의는 1930년대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그 생명을 다했습니다. 이어서 탄생한 20세기 중반의 진보적 자유주의 혹은 사회적 자유주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 방점을 자유주의가 아닌 진보에 두었지요.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만발한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그 방점을 진보가 아닌 자유주의로 옮겼으며 바로 이것이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서구에서도 진보적 자유주의를 주장했던 정파와 지식인들이 사실상 그 행동에서는 신자유주의자들과 별 차이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자유주의자들은 우파 신자유주의(오리지널 신자유주의)이건 좌파 신자유주의(진보적 자유주의)이건 관계없이 다시 자유 시장의 합리성과 투명성, 효율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가의 시장 통제와 개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 지상주의로 향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저자들은 이러한 자유주의의 입김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 오바마 정부의 구제 금융 투입 방식과 영국 정부의 스코틀랜드왕립은행 구제 금융 투입 방식을 소개합니다.

"‘은행 국유화는 사회주의’라는 색깔론을 펼치면서 월스트리트는 물론 루카스 같은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까지 모두 반대하는 통에 오바마 정부는 할 수 없이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금융 회사에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 방식으로 구제 금융을 제공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선주의 경우 배당은 일반주보다 더 많이 받지만 의결권이 없어요. 그러니 정부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가 없고요. 그 회사들이 퇴직 CEO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주건 임직원들에게 수십억 달러씩 보너스를 주건,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정부가 일체 개입할 수 없는 거죠."

 "영국도 마찬가지예요. 영국 제2의 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Royal Bank of Scotland)에 수백억 파운드의 구제 금융을 제공하면서 영국 정부가 그 은행 지분의 80퍼센트를 갖는 대주주가 되었어요. 미국처럼 우선주도 아니고 한국처럼 보통주로 들어갔고, 지분이 80퍼센트면 절대적 경영권을 가진 셈인데도 아무 문책이 없었어요. 더구나 정부가 은행 이사회에서 은행장에게 ‘당신의 잘못된 경영 때문에 은행이 망할 위기에 처해 국가의 구제 금융까지 투입했으니 당분간 10만 파운드만 받으면서 일해!’ 하며 연봉을 깎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다문 겁니다. 겁이 나서요."

구제 금융으로 살아난 금융 회사들이 퇴직 CEO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주고 보너스 잔치를 벌여도 일체 개입할 수 없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지만, 정부는 아무 것도 제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정부는 기업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 논리에 세뇌된 결과이자, 금융 자본의 엄청난 로비에 밀린 것이지요. 자, 이것이 미국과 영국만의 일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오늘,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 도서출판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만약 내가 지금 예비사회인이라면 제대로 취업하지 못할 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 분들 없으신가요? 저는 그렇습니다. 나이 먹는 게 유쾌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습니다만, 지금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살필 때마다 오늘 내가 대학 입시생이 아니어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사회인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청년 실업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여야를 막론하고 그 대책으로 청년 창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1조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청년 창업을 돕겠다는 공약을 낸 바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청년 창업 1만 개를 약속한 바 있으니까요.

청년 창업, 각종 미디어에 소개된 눈부신 성공 사례를 듣고 있노라면 와아~ 정말 대단하고 대견하고 존경스럽습니다만, 이렇게 성공한 청년 기업가 뒤에 실패한 청년 기업가는 또 얼마나 많을까 반문하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일자리 창출까지 청년들이 직접 해야 하는 거야? 싶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청년 실업 혹은 청년 창업에 대한 장하준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내용을 일부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무모한 청년 창업, 패배자만 양산할 수도

정승일 : 창업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IT 부문에서 이제 대학 갓 졸업한 청년들이 창업해 성공할 확률은 1만 개 중에서 하나면 다행일 겁니다. 해당 업종에서 40대 중반까지 20년 정도 종사한 전문가들도 창업하면 20개 중 하나만 가까스로 성공하는 게 바로 이른바 벤처 비즈니스예요. 잘못하면 멀쩡한 청년들 신용불량자 만들고 끝날 수 있다는 거죠.

 

장하준 : 영국에서도 창업 5년 후에 살아남는 기업이 10퍼센트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아마 다른 나라도 비슷할 겁니다. 한편에서는 창업을 많이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그만큼 망하기도 하는 거죠. 그럼에도 창업에 도전해서 안철수 교수 같은 성공적인 기업가가 많이 나오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필요해요. 제가 잘못 판단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안철수 교수가 훌륭한 업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건 그분의 뛰어난 능력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먹고사는 문제에 그리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누구든 사업에 실패해도 굶어죽지는 않는다고 안심할 수 있어야 과감하게 모험할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창의적 기업가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가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창업자로 만들자는 발상은 문제가 많다고 봐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창업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환상이 팽배해 있습니다. 누구나 대학에서 IT 공부하고 창업해서 1년에 수십만 달러씩 벌면 좋겠죠. 그렇지만 그런 세상이 이루어지기는 힘들어요. 창업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한데, 구조적으로 보면 패배자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정승일 : 최근 20년간 유행한 이른바 ‘혁신적 기업가 정신’과 창업 붐의 본거지는 아무래도 미국이고 그중에서도 실리콘밸리인데, 그런 흐름이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미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한 것 같지도 않고요.

장하준 : 오히려 미국 보통 사람들의 생활은 더 나빠졌죠. 빈부 격차는 더 커졌고요. 예컨대 1960년대만 해도 미국 일반 노동자와 최고 경영자의 연봉 차이가 30~40배였는데, 지금은 300~400배예요. 스톡옵션까지 고려하면 그 격차를 1000배까지 보는 사람도 있고요. 이런 격차가 IT 붐, 벤처 붐 이후 더 심화됐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신기술과 지식 경제 바람을 타고 창업 붐이 일긴 했는데, 보통 사람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거죠.

사업에 실패해도 기회가 있다는 안전망이 창의적 기업가 양성

정승일 : 경제 민주화를 외치는 분들은 복지국가에는 동의하면서도 스웨덴은 한국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가 스웨덴에는 대기업과 재벌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 대신 복지국가이면서도 중소기업 위주인 덴마크를 우리의 미래로 삼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대기업과 재벌은 악’이라는 사고방식이 너무 만연해 합리적인 논쟁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기업 중심이냐 중소기업 중심이냐는 경제 민주화나 복지국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단지 그 나라의 주력 산업이 뭐냐에 달려 있죠. 스웨덴은 대기업의 비중이 세계 최고이지만 노조가 강하고, 심지어 대기업의 경우 회사 이사회에 종업원 대표가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나라입니다. 말하자면 진짜 경제 민주화를 이룩한 나라라는 거죠.

장하준 : 알고 보면 덴마크가 중소기업 중심 경제라는 것도 환상입니다. 덴마크에도 해운업을 중심으로 하는 머스크(Maersk) 그룹이라는 엄청나게 큰 재벌이 있어요. 스웨덴의 발렌베리는 투명하기라도 하죠. 이 머스크는 투명한 그룹도 아니에요. 물론 덴마크가 과거부터 농업협동조합이 강하고, 기술력 좋은 중소기업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도 GDP 중 7퍼센트를 생산하고 총 노동 인구의 3퍼센트 이상을 고용하는 데다 굉장히 불투명한 재벌이 있다는 거예요. 어떤 나라든 너무 이상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산업 구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스웨덴과 가장 가까워요. 한국이 1950년대부터 농업협동조합을 잘 했고 전통적인 수공업이 계속 살아 있었다면 덴마크처럼 장인적인 중소기업을 많이 키울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역사적인 이유로 우리 현실이 그렇지 않잖아요.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중에서 발췌 재편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 도서출판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파생금융상품 중 하나로 일종인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다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처참합니다. 중소기업들과 이들 기업에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었던 간담회가 무산되었다는 소식도 들리네요. 시사인 236호에서는 ‘중소기업 죽인 키코의 덫’이라는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재테크나 실물경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정기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못하기도 한 지금, 주식 펀드와 함께 유망한 재테크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생금융상품이 정말로 좋은 것일까요? 자신만 똑똑하다면, 약관을 잘 읽어보기만 한다면 위험은 최대한 피해가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왜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파생상품은 대량 살상 무기’라고 비판한 적이 있을까요? 미국 금융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폴 볼커는 ‘지난 50년 동안 사회에 진정한 도움을 준 금융 혁신은 현금자동인출기뿐’이라며 그런 혁신적 금융 상품을 비판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 분들은 분명 일반 소비자들보다는 훨씬 더 이 상품에 대해 알고 있는 분들일 텐데요 말이죠.

일부의 주장처럼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 공개만 투명하게 된다면 많은 문제가 사라질까요? 장하준 교수의 신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정보 공개 강화? 면죄부만 준다! 

정승일 : 그들은 이번의 금융 위기가 시장주의 경제학이 절대적 전제로 삼는 ‘모든 경제 주체가 동등한 시장 정보를 가져야 한다’는 원리가 왜곡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해요. 일부 불법적인 부정행위로 말미암아 시장이 왜곡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요. (중략) 따라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만드는 근원적 처방으로 그들은 더 완전한 금융 시장 정보의 공개, 즉 ‘투명성 강화’를 주문하죠. 말하자면 부유한 개인 자산가나 헤지펀드 매니저 같은 금융 소비자들이 골드만삭스의 창구에 가서 고위험 고수익 금융 상품을 구매할 때, 은행 직원들의 사탕발림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고 더 신중하게 그 상품에 대해 알아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금융 상품에 관한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는 겁니다.

장하준 : 정보가 더 많이 공개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금융 상품들은 그 자체가 너무 복잡하거든요. 예컨대 CDO(부채담보부증권) 같은 파생금융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세요. 누가 집을 사려고 모기지 회사로부터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거기에 필요한 서류만 해도 수십 매는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모기지 대출 계약을 수천 개씩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서는 그 패키지를 담보로 MBS(주택저당증권)라는 파생금융상품을 만들고, 그런 MBS를 수백 개씩 패키지로 묶어서는 그 패키지를 담보로 CDO라는 2차 파생금융상품으로 만들어 내잖습니까? 그런 단계 단계마다 얼마나 많은 정보와 복잡한 수학 계산식이 적용되었겠어요? 영국 중앙은행에서 일하는 앤디 핼데인(Andy Haldane)이라는 경제학자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가 CDO 스퀘어를 구입하면서 그 상품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무려 10억 페이지에 이르는 관련 서류를 읽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게 가능할까요? 아무리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가 공개된다 해도 이건 소비자가 읽고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에요. 심지어 MBA 학위를 가진 금융 전문가들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금융 상품이 만들어진 겁니다.

정승일 : 게다가 보다 투명한 정보의 공개라는 해법은 앞서 우리가 비판했던 투자자 자기 책임의 원칙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어요. 말하자면 복잡한 주가-연계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 직원이 고객에게 ‘고객님이 구입하려는 금융 상품의 모든 정보와 투자 위험성은 상품 안내서에 다 나와 있습니다. 그것을 상세히 읽어 보신 다음 거기에 동의하시면 여기 맨 아래의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 난에 서명해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거기에 서명하는 순간 고객은 그 투자로 인해 발생할 모든 미래의 손실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거죠. 이런 경우 나중에 법정에 가서 ‘증권사 직원이 나를 속였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판사가 손을 들어 주지 않을 겁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우리나라 은행과 증권사들이 중소기업들에게 팔았다가 법정 소송으로 비화한 환율-연계 파생금융상품 키코가 그렇고,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이 사기 혐의로 소송까지 당한 CDO도 그렇고, 투자자 자기 책임의 원칙이 전제된 금융 상품의 판매에 대해서 법원은 모두 ‘무죄’ 판결을 내리게 되어 있으니까요. 앞으로 ‘더 많은 정보 공개’가 규정되면 월스트리트의 금융 회사들은 법정 소송에서 더 유리해질 겁니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었고, 따라서 그 투자의 위험을 더 확실히 알았는데도 그 금융 상품을 구입했으니 판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고 주장할 테니까요. (하략)

장하준 : 파생금융상품 같은 건 사회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잠재적 무기’로 간주해 금융 감독 당국이 면밀하게 검사한 뒤 ‘이 금융 상품은 안전하고 사회적으로 효용이 있겠다’고 판단하여 판매를 허가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 마치 새로운 의약품을 출시할 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면밀하게 심사해 그 출시 여부를 허가하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이종태 : 그런데 그렇게 강력하게 파생금융상품을 규제하면 뭐가 좋은가요?

장하준 : 우선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첫째, CDO처럼 너무 복잡해서 금융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상품이 사라지기 때문에 금융 시장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실물경제를 부양할 수 있어요. (중략) 만약 파생금융상품을 엄격히 규제해 금융 투기 수익을 떨어뜨리면 자금이 장기적 실물 투자 쪽으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한국의 금융사들은 이런 규제에 반대하는데, 그건 앞으로도 계속 파생금융상품으로 돈을 벌겠다는 욕심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정승일 :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과 영국의 엘리트들과 경제학자들은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금융 사기를 엄단하는 등의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기존의 금융 자본주의를 잘 수리해서 쓰면 되지 그걸 꼭 폐기할 필요까지야 없다는 거죠. (중략) 과연 그럴까요? 앞에서 CDO와 키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진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왜 금융 소비자들은 자기들이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런 파생금융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했느냐는 겁니다. 그 이유는 고수익을 약속하는 금융 상품이었기 때문이에요. 고위험이라는 게 좀 불안하긴 하지만 눈앞의 고수익에 정신이 팔린 거죠. (중략)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이렇듯 단기 수익성에, 재테크에 넋이 나가 있다는 것이고, 그게 바로 금융 자본주의, 주주 자본주의의 본성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단기주의를 강하게 규제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결국 문제는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

장하준 : 보수파든 개혁파든 정보 공개와 투명성 강화 정도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여전히 시장 경제의 효율성과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환상이 있기 때문인데, 이건 정말 오산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금융 개혁은 말하자면 금융 시장의, 금융 자본을 위한, 금융 자본에 의한 금융 개혁에 불과해요. 말하자면 금융 시장이 계속 돈을 더 잘 벌기 위해 약간의 수리를 하는 금융 개혁이지, 경제의 다른 부분을 도와주려는 금융 개혁이 아니라는 겁니다. 금융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경제 주체들이 단기주의 또는 단기 수익성 지상주의에 물들어 일반 기업조차 생산적 투자는 별로 늘리지 않고 재테크에 열중한다는 데 있어요. 이렇게 되면 실물경제에서 장기 투자도 잘 일어나지 않고, 그에 따라 일자리는 계속 불안해지기만 합니다. 그 결과 삶 자체가 불안해지면서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만 찾으려 하게 되고요. 지금 우리나라만 해도 좀 똑똑하다는 학생들은 다 의사, 변호사만 되려고 하는 게 그래서잖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금융 시장의 투명성 좀 높이고 부패 줄인다고 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런 식의 개혁이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외 금융 시장의 오작동을 조금 막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여전히 금융 시장의 기본 논리를 수용하고 있는 거니까요.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중에서 발췌 재편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 도서출판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출판사에서 일하다보면 설, 추석마다 살짝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형제 자매 사촌들과 비교되기 때문이지요.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복리후생은 출판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잖아요. 하다못해 '등록금 천만 원 시대'라고 해도 큰 걱정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 학자금 지원을 해주는 곳이 많으니까요. 대학생들이 스펙에 스펙을 쌓으며 기를 쓰고 대기업에 입사하려는 이유도 이해합니다. 단순히 연봉으로만 계산되지 않는 유무형의 지원이 있으니 말이지요.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할 때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걸고 격렬히 저항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아마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약속되었던 모든 복리후생, 그러니까 유무형의 복지를 모두 잃게 되는 셈이니까요.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기업형 복지만 있었던 것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더더욱 기를 쓰고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애쓰거나, 고급 자격증이 필요한 전문직이 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현실 앞에선 창의성의 발현이라거나 자신의 자질과 소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직업 선택의 주의점 따위 그야말로 '교과서'에나 있는 이야기지요.

장하준 교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통해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복지는 단순히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고도화 시대,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지요. 왜 그런 걸까요? 이 부분 일부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산업 고도화 시대,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이종태 : 지난번 무상 급식 논쟁 때 공짜 밥을 주면 아이들이 게을러지고 자활 의식이 없어지므로 나중에 고난을 이기기 힘들 뿐만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지도 잃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장하준 :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과연 자기 자식을 굶기나요? 굶어 봐야 자활 의식이 생긴다면서요? 아주 저열하고 낡은 논리입니다. ‘복지는 나라에도 좋지 않고 개인에게도 나쁜 거다,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든다, 사람은 무릇 배를 곯고 가난을 알아야 일하는 존재다, 그러니 원칙적으로는 한 푼도 공짜로 주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복지 혜택을 베푼다 해도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줘야 한다’는 18세기 유럽의 복지관 그대로니까요.

 

정승일 : 저는 오히려 복지 안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말 경제 성장을 원한다면 복지국가를 해야 한다는 거죠. 전경련 사람들도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이 계속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겁니다. 그런데 산업 고도화가 뭡니까? 낡고 수익성 낮은 산업에서 새롭고 수익성 높으며 첨단 기술이 활용되는 산업으로 자금과 인력이 옮겨 가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끊임없는 구조 조정이 필요한데, 이게 복지 제도 없이 가능할까요? 한진중공업 사례에서 봤듯이 노동자들 처지에서는 구조 조정에 격렬히 저항할 수밖에 없어요. ‘정리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현재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걸 기업에 의존하고 있어요. 그러니 일자리를 잃으면 삶 자체가 무너집니다. (중략) 기업체에 정규직으로 취업해 퇴직 때까지 일해야 그나마 그럭저럭 생활을 꾸리지, 거기서 잘리면 그 순간 모든 걸 잃게 되는 상황인 거죠. 이런 조건에서는 노동자들이 구조 조정을 죽자 사자 반대할 수밖에 없어요.

장하준 : 미국에서 기업이 구조 조정을 하기가 스웨덴이나 핀란드보다 훨씬 더 힘든 것도 바로 그래서예요. 더욱이 미국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이 대단히 부실하기 때문에 괜찮은 직장에 취업한 사람들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잘리면 병원도 못 가는 거죠. 그러니 미국 노동자들도 목숨 걸고 구조 조정을 반대할 수밖에요. 우리나라와 상황이 똑같아요.

정승일 : 진정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과 산업 고도화를 바란다면 노동자들의 삶을 공적으로 보장하는 장치, 즉 복지국가가 필요한 겁니다. 실직해도 큰 문제없이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수준의 실업수당은 기본이고, 더 중요하게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사양 산업에서 방출되는 실직자들이 새롭게 고도화된 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전직 훈련도 제공되어야 하고요. 그 비용도 실직자 본인은 감당하기 힘드니만큼 복지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재취업 교육을 시켜서 다른 회사나 산업으로 이어 주는 거죠. 이런 게 바로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입니다.

장하준 :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현대 경제는 복지국가를 더욱 필요로 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과거에는 직종을 바꿀 경우 그저 몇 주 정도의 전직 훈련만 받으면 적응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날은 산업이 기술적으로 상당히 고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직종을 바꾸는 경우 상당 기간 재교육이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그에 따른 부담을 실직자가 감당할 여력이 있을까요? 이 부분에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 전체의 산업 고도화가 아주 힘들어지는 거죠. 간단히 말해 우리가 말하는 복지는 ‘경제 발전으로 이제는 먹고살 만큼 파이가 충분히 만들어졌으니, 이제부터는 그 파이를 모두 나눠 먹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복지국가는 그렇게 한갓 분배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되는 거예요.

이종태 : 앞에서 제가 신자유주의는 자본과 노동을 조직하는 하나의 생산 시스템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복지국가 역시 하나의 대안적인 생산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정승일 : 물론 복지에는 분배의 측면도 강합니다. 문제는 그것만 하자고 할 경우예요. 예컨대 미국이나 영국에서 발전한 복지 제도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과 소비를 보완해 주는 데 집중해요. 국가 재정으로 소득을 재분배해 소비를 늘리고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케인스주의 경제학에 입각한 정책이죠. 이런 나라들도 기업에서 퇴출된 노동자에게 어느 정도의 실업수당은 줍니다. 그렇지만 산업 고도화를 위한 직업 재교육 같은 건 별로 없어요 .반면에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복지국가에서는 실업수당을 넉넉하게 주는 건 물론 정부가 돈을 대서 이직이나 전직을 위한 재교육도 시켜 줌으로써 산업 고도화와 경제 성장이 더 잘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복지국가가 실직자와 그 가족만 돕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기업과 자본도 돕는 셈이죠. 미국과 영국처럼 복지국가가 소득과 소비의 재분배에만 집중한다면 경제 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장하준 : 다른 예로 노동자가 타 도시에 직장을 구하면 이사를 가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주택 구입 비용을 빌려 줍니다. 그 대출금은 나중에 살던 집이 팔렸을 때 갚으면 되는 거죠. 또 스웨덴은 탁아나 보육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스웨덴 여성들이 마음 놓고 직장에 나가 일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고요. 과거와 달리 현대 여성들은 교육도 많이 받았는데, 이런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들어가 제대로 일할 수 있다면 기업들에도 좋은 일 아닌가요? 이렇듯 복지국가는 경제 효율성 증대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승일 : 덴마크나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신자유주의 성향이 농후한 다보스 포럼에서 조사하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설문 조사에서 매년 1~5등을 차지하는 게 우연이 아니에요. 복지국가의 특징 중 하나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라는 겁니다.

이종태 : 그런데 복지라는 말만 나오면 ‘왜 생산은 않고 분배만 하려 드느냐’고 따지는 분들이 이른바 보수 쪽에는 꼭 있어요. 복지라는 것에 이렇게 생산적 측면이 강한데도요.

장하준 :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미국식 복지밖에 모르기 때문이에요. 미국 같은 나라의 복지는 시장에서 탈락되어 빈곤의 늪에 빠진 사람들만 골라 겨우 밥 굶지 않을 정도의 혜택을 제공하는 시스템이거든요. 이른바 ‘잔여적 복지’라고 하죠. 이런 미국식 복지는 생산 그 자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야말로 생산은 않고 분배만 하는 거죠.

정승일 : 반면에 우리가 말하는 건 복지와 생산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선순환을 하는 ‘생산적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복지를 하는 나라는 북유럽, 독일 같은 나라들이에요. 여기서는 미국, 영국처럼 일자리 찾기도 힘든 극빈자들만 복지 혜택을 받는 게 아닙니다. 버젓이 직장을 가진 현장 노동자는 물론이고 사무직 중산층에서 의사,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복지 혜택을 받아요. 이런 걸 ‘보편적 복지’라고 하는데, 미국식 잔여적 복지에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이 아주 왜곡된 채 받아들여졌어요. 그렇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사회복지 정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지고 나서였어요.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하자 김대중 정부가 2000년 10월 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합니다. 절대 빈곤층이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1인 가구에 32만원, 2인 가구 54만 원 등의 기초 생계비를 지원하는 잔여적 복지였어요. 우리가 말하는 유럽식 복지와는 다른 미국식 복지를 한 거죠. 그런데도 김대중 정부는 그걸 생산적 복지라고 불렀습니다. 이유가 뭐겠습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는 훨씬 더 심했던, 사회복지는 ‘빨갱이’ 정책이라며 이념 논쟁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 때문이었어요. 그런 비난을 피하려고 미국식 복지인데도 일부러 ‘생산적’이란 용어를 붙인 겁니다. 그게 지금까지 용어상 오해를 낳고 있고요.

장하준 : 저는 복지가 반(反)경제적이고, 반(反)생산적이라고 말하는 분들께 여쭤 보고 싶은 게 많아요. 만약 그렇게 복지가 나쁘다면 스웨덴과 핀란드의 경제 성장률이 제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죠? 스웨덴과 핀란드는 국민소득 전체에서 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의 2배 반이나 되는 나라들인데 말입니다.

정승일 : 더욱이 지금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 시대에 유럽에서 복지 지출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그리스는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복지가 가장 발달한 스웨덴은 성장률이 3퍼센트 내외에 이르고 있어요. 선진국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죠.

이종태 : 반(反)복지파들은 그런 문제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던데요. 스웨덴은 우파가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라고요.

장하준 : 제가 복지 문제를 제대로 연구해 보기 전에 자칭 우파라는 스웨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비장한 어조로 ‘지금 스웨덴의 조세 부담률은 50퍼센트나 된다. 너무 높다’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결론이 예상밖이었어요. ‘그래서 45퍼세트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스웨덴 우파를 한국에 데려오면 보수 세력은 아마 빨갱이라고 욕하지 않을까요.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본문 중에서 일부 발췌, 재편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 도서출판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장하준 교수가 한국경제에 대해 작심한 듯 거침이 없습니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가리지 않는 냉철한 비판과 분명한 대안이 함께 있고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책 내용 중 우리가 배우고 연구할 가치가 있는 ‘스위스’의 사례 소개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스위스를 ‘알프스의 요새’라고 라고 하는 진짜 이유는?  

이종태 : 많은 분들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이 훨씬 빠르다고 주장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생산성 향상이 빠른 서비스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야 국민 경제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장하준 : 그게 모두 미신이에요. 생산성 향상이 가장 빠른 부문이 제조업이라는 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 서비스업보다 빠르다는 건 아니에요. 평균적으로 보면 제조업의 생산성이 더 빠르게 향상된다는 거죠.

정승일 : 최근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도 그 나라의 제조업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그리스는 유럽 통합 이후 EU 지역 내에서 자유 무역이 이루어지면서 국내 제조업을 거의 포기하였고, 그 결과 관광이나 해운 등으로 특화되고 있어요.

 장하준 : 남유럽 중에서 스페인은 유럽 통합 이후 제조업이 더 발전한 특이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 유럽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스페인에 들어가 공장을 세운 덕분이에요. 스페인이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편이라 임금이 낮았거든요. 또 스페인은 제조업 발전을 목표로 나름대로 산업 정책을 수행했습니다. EU가 상대적으로 빈곤한 회원국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명목으로 제공하는 보조금도 받았고요. 그러나 그리스는 이런 정도의 산업 육성 정책도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예전부터 강력했던 해운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이 기울면서 관광업으로 먹고살게 된 거죠. 어떤 나라든 자기보다 발전한 나라와 경제를 통합해서 제조업을 발전시키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한미 FTA, 한-EU FTA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이거예요. 어떤 사람은 경제 통합의 성공 사례로 EU를 드는데, EU는 FTA에 비해 상당히 강도 높은 경제 통합입니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에는 EU가 보조금도 주고, 언어 문제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어쨌든 자기 나라 경제가 기울면 사람들이 다른 EU 회원국으로 이민 가서 취업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미 FTA와 한-EU FTA는 그렇지 않잖아요. FTA 때문에 산업이 망하면 우리 노동자들은 어느 나라로 가야 하죠? 유럽이나 미국이 ‘너희 나라에 실업자가 많이 생겼으니 우리나라에 와서 일해라’고 하겠어요? 그건 고사하고 보조금이라도 주나요?

 정승일 : EU가 비교적 강한 경제 통합이고 가난한 회원국에는 EU 보조금까지 주는데도 한계가 명백해요.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경우 EU 내의 자유 무역 때문에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의 무역에서 매년 수백억 유로의 적자를 보는 형편이니까요. 이들 나라가 농업이나 관광, 해운 같은 서비스업으로 특화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그래서 지금 같은 곤경에 처한 건데, 그렇다고 EU가 독자적인 재정 지원을 할 수도 없어요. 앞에서 말했듯이 EU는 통화만 통합했지 재정은 통합하지 않았거든요. 비교적 강한 통합인 EU마저 그리스 위기를 놓고 이런 한계에 직면하여 쩔쩔매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무작정 개방과 FTA를 외치니 큰일이에요.

장하준 : 스위스는 냉철하게 따져 보고 국익에 어긋나는 경제 통합에는 참가하지 않아요. EU는 농업을 엄청 보호하는 편이에요. 그런데도 스위스는 그 수준이 부족하다며 EU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농업에 양보할 수 없는 정체성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의 뿌리는 산촌의 농민이다, 이들이 사라져 스위스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면 개방하지 않겠다, 개방하지 않아 생기는 불이익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거죠.

정승일 :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강소국을 연구하는 국제학자들이 스위스를 ‘알프스의 요새’라고 부르는데, 그 요새를 지키는 건 군인이 아니라 농민이라는 말이네요.

장하준 : 한국도 아주 일부는 스위스 식으로 하고 있는 셈이죠. 국민이 비싼 한우를 사 먹어 주고 있잖아요. 우리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요.

이종태 : 스위스는 정말 신기한 나라군요. 한국에서는 한미 FTA 찬성하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북한 같은 폐쇄 국가가 되고 싶냐?’고 공격하는데, 스위스는 이웃 나라가 거의 모두 가입했는데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지 않는다니…. 그런데 EU에서 빠지면 무역에서 소외될 위험은 없나요?

장하준 : 그 점에서는 또 스위스가 엄청나게 개방적인 나라예요. EU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다른 종류의 무역 협정들을 유럽 나라들과 많이 맺어 두었거든요. 이런 면까지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EU에 가입하지 않은 거겠죠. 어쨌든 여러 면에서 스위스는 특이한데, 폐쇄적인 면도 굉장히 많아요. 그러는 게 이해가 가긴 해요. 스위스 주변에 강대국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무조건 개방해서 이 나라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벌써 독일과 프랑스가 나눠 가졌죠. 그래서인지 스위스에서는 지금도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영국은 부동산 부문도 개방해서 런던의 고가 주택 절반 이상이 외국인 소유라고 할 정도인데, 스위스에서는 제네바의 UN 본부에서 10년씩 일하는 사람들도 집 사기가 힘들어요.

그러면서도 제조업 강국이에요. 흔히 스위스는 은행이나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1인당 제조업 생산량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대학 진학률은, 요즘엔 좀 늘었다고 하지만 다른 OECD 나라들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이에요. 그러고도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고요.

정승일 : 스위스는 기업지배구조도 대단합니다.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러면서도 소액주주들로부터 원성이 나오지 않도록 치밀하게 그 규칙들을 짜 놓았다고 해요. 또 스위스의 대기업과 은행은 겉으로는 다 독립된 회사들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끼리 거미줄처럼 복잡한 순환 출자 관계로 엮여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인근 강대국의 자본이 어떻게 인수할 방법이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거죠. 지금도 그렇다고 하고요. 이런 면에서도 스위스를 알프스의 요새라고 부른다는군요.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본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정승일,이종태 | 도서출판 부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1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바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래 만 7년 만에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을 펼친다. ...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05년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세 저자는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통해 주주 자본주의와 금융 자본주의 폐해를 지적하고, 한국경제가 가야할 대안으로 '복지국가'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복지'를 이야기합니다. 내용상 방법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복지'가 화두가 된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우리 사회의 화두로 '복지'가 부상한데 대해서는 '언감생심'이라며 기뻐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비켜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선별적 복지니 보편적 복지니 하는 구호성, 이념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한미FTA가 국회 비준까지 통과되고 발효된 지금,
FTA 이후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문제의식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세 저자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구상하고 집필한 것입니다.

장하준 교수의 말을 직접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2012년, 바로 지금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출간한 이유는? 
 
1
997년 경제 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신자유주의적 주주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재편이 되면서 굉장히 불행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OECD 국가치고는 성장률이 높고 삼성, LG 등의 대기업도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고, 국제교육평가를 하면 항상 5위 안에 들고... 참 조건상으로는 행복한 나라 같은데 왜 불행한 걸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도는 꼴지에서 2등, 자살률은 세계 1위, 비정규직 비율 OECD 1위, 학력이 비슷한 핀란드 아이들과 비교해 우리나라 아이들의 공부 시간은 두 배....왜 이렇게 불행한 나라가 됐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저희는 이를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화 논리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좌파 신자유주의, 우파 신자유주의의 구분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감세, 규제 완화, 금융 허브에 중점을 두는 우파 신자유주의고, 노무현 정부 같은 경우는 감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진 않았고, 규제 완화를 하긴 했지만 정도가 덜했지요. 그러나기본적으로  금융 개방하고, 주식 시장 강화하고, 노동 시장 유연화하고, 금융 허브하고, 한-미 FTA하고, 한-EU FTA하는 논리는 다 똑같습니다.

이런 정책들이 가져온 결과가 우리나라를 굉장히 불행하게 했다는 겁니다.  그걸 해결할 대안이 필요한 거죠.

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 시장 규제도 잘 해야 하고 산업 정책도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하고, 재벌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등 재벌정책도 잘해야 합니다. 특히 저희가 '복지'를 잘 해야 합니다. 이번 총선 때 새누리당 1번 구호가 복지이던데요, 굳이 저희까지 복지 얘길 할 필요가 없을 것같지만, 기왕 하려면 잘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따로 생각하는데, 저희는 "복지가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복지(정책)은 복지(정책)대로 하고, 경제 민주화는 경제 민주화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또 하나, 우리가 복지 논의를 제대로 하려면 복지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돈 많은 사람에게 돈을 걷어 가난한 사람들한테 나누어주는 것'으로 복지를 인식하고 있는데요, 복지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런 복지는 미국식의 선별적 복지죠. 미국처럼 선별적 복지 정책을 쓰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됩니다만, 

보편적 복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공동구매라고 할까요. 누구나 필요한 육아, 교육, 의료, 노후대비, 재교육 등에 대해 우리는 지금까지 개인이 저축하고 개인이 보험을 들어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러한 부분을 온 국민이 공동구매를 해서 가격을 낮추자는 겁니다.

영국은 의료가 국영화되어 있는데, 그래서 미국보다 약값이 훨씬 쌉니다.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몇 천만 명어치 약을 사기 때문에 엄청나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약값뿐이 아니라 여러 다른 면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지요. 우리가 세금 내는 건 그걸 공동구매하는 자금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진짜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 그리고 복지

지금 이야기되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재벌의 약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재벌 총수 가문의 힘을 약화시켜야 된다, 는 겁니다.

저 역시 그 의도에는 동의합니다만, 문제는 그 방법이라는 거죠.

지금 우리나라에서 주로 얘기되는 경제 민주화 방안이라는 건, 재벌총수 가문의 권력을 약화하기 위해 소액주주권을 강화하고 주식시장 힘을 더 강화시켜야 된다는 겁니다. 주식 3%, 4%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기업을 좌지우지 하냐, 그러니 주주권을 강화시켜야 된다, 이런 얘긴데요,

 저희 주장은 이게 진정한 경제민주화가 아니라는 거죠.

시장논리로 통제를 한다는 건 1인 1원 1표로 통제한다는 겁니다. 그 논리로  통제한다는 건 민주화라고 할 순 없는 거예요. 민주주의는 1인 1표제니까요.

재벌을 시장논리에서 통제한다? ...겉으로 보기엔 근사하죠.

삼성 재벌이 뭐 주주들한테 벌벌 떤다는데 그 주주들이 누굽니까? 삼성보다도 더 큰 재벌들도 있고 무슨 러시아 무기밀매상도 있을 거고 정체도 모르는 사람들이거든요. 

 외환위기 이후에 주식시장의 힘이 강해지면서 지금도 기업들은 엄청나게 주주들 비위를 맞춰야 되거든요. 단기 이윤을 내기 위해 최대한 그 하청업체 쥐어짜고 그 다음에 비정규직 최대한 많이 만들고 될 수 있으면 투자 안 하고...이렇게 이윤을 많이 만들어서 이윤의 반쯤 배당해주고... 그런 체제 때문에 지금 사실 일자리도 안 생기고 고용도 불안해지고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지금 소위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분들이 그런 체제를 더 강화시켜야 나라가 좋아진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게 문제가 있는 거죠.

재벌 해체론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지금 체제에서 재벌을 해체한다면 결국 외국 금융자본이 그걸 가져간다는 겁니다. 지금 외국 금융자본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완전히 100% 장악해버리면 지금의 문제는 더 커지는 겁니다.

지금은  재벌이 누군지도 알고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알고 어디 사는지 아니까 가서 싸우기라도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문제 생기면 런던 가서 펀드매니저들 앞에서 시위할 거예요? 사우디아라비아 가가지고 여기서 삼성지분 많이 갖고 있는 사람 누구냐고 찾아가 가지고 따질 거예요? 그게 안 되거든요.

재벌은 총수 일가의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주의 것도 아니거든요. 재벌은 국민들이 옛날부터 비싼 물건 억지로 사가면서 키워준 기업입니다. 그러니 재벌들이 어떻게 하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가 그 방법을 찾아야죠.

금융시장 규제 강화라든가 일정 정도의 경영권 보호 등을 통해 주식 시장의 단기주의 압력을 줄여주는 대신 재벌에게 대가를 요구해야죠. 투자 더 많이 하고 일자리 많이 만들고 그 다음에 세금 더 많이 내게 해서  복지국가 만들어야죠

복지 국가를 만드려면 세금이 필요합니다. 일부의 주장처럼 세금 하나도 더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면 안 되지요. 결국 누가 세금을 많이 내겠어요. 재벌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죠. 그리고 또 복지라는 안전망을 만들어주면 노동자들이 그만큼 그 뒤에서 받쳐줄 수 있으므로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이런 목소리가 세지면 내부에서도 재벌기업에 제동을 걸 수도 있는 등.. 이런 식으로 연결이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해야 전 국민을 위한 것이지, 재벌 일가가 밉다고 그 사람들을 구박하기 위해서 시장논리를 동원한다면, 미국 금융자본, 영국 금융자본, 사우디의 금융자본이 와서 그 사람들 통제해달라? 그건 국민경제에 좋은 일이 아닙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중에서 발췌 인터뷰 전문을 보시려면 여길 클릭)

 

당신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입니까?

장하준이 묻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자유주의'인가 '더 나은 자본주의'인가 ... 자유주의는 결국 시장주의다

월스트리트? 탈(脫)월스트리트?... 금융 자본주의는 위기를 몰고 다닌다

 1원당 1표 vs 1인당 1표 ... 경제 비(非)민주화의 주범은 주주 자본주의

재벌 해체인가 재벌 책임 강화인가 ... 감정보다는 경제적 효과를!

FTA 옹호인가 FTA 반대인가 ... 복지국가 건설이 진짜 FTA 대비책

서비스업 우선 vs 제조업 우선 ... 세계의 사무실 인도의 현실을 보라

노동 유연성인가 고용 안정인가 ... 사회 안전망 구축이 우선이다 

선별적 복지인가 보편적 복지인가 ... 미국식 복지는 복지가 아니다

복지 혜택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 복지는 모두를 위한 '공동 구매' 

 

당신은 내일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Posted by 도서출판 부키